
R.R Donnelley & Sons (RRD)
*2021-04-26 글
보통 급등하는 주식들은 임상 관련소식이 등장한 바이오 기업이나, Tesla 처럼 전세계에서 신도가 있는 기업 이거나, 아니면 Zoom 처럼 시대의 부름을 받고 각광받기 시작한 기업이다. 그런데 오늘 소개해드릴 이 회사는 자그마치 150년이 넘은, 종이 및 인쇄업을 주력으로 하는 R.R Donnelley & Sons 라는 회사이다.
자료: TradingView
RRD 는 1864년에 Richard Donnelley 에 의해 설립된 인쇄 및 출판기업이며 상업용 인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기업들의 판촉물, 카타로그, 우편물 인쇄 및 발송을 대행, 고객사의 제품을 패키징하는 사업을 위주로 전개중이며 최근 10년간 인터넷 사용과 모바일 광고가 급부상 하면서 위기를 맞은 기업이기도 하다.
자료: Aware Research | R.R. Donnelley & Sons Inc 10-k (FY 2020)
먼저 연간 손익계산서만 보면 주가가 전혀 오를 이유가 없는 기업이다. 우선 매출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고, 특히 2020년엔 전년대비 매출액이 8000억원 넘게 줄어들었고, 2020년과 2019년에는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넘어서면서 회사가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고, 2020년에도 자산매각이익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적자가 났을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말 기준 순자본은 -2600억원대로 총자산 보다 총부채가 더 많은 자본잠식 상태이다. 수년간의 적자가 누적되고 누적되어서, 이제부터 이익을 내지 못하면 회사가 정말로 파산까지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따라서 반년만에 주가가 5배가 났다는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한 가지 추측은 가능하다: "회사의 사업이 정말 바닥을 쳤고, 조금만 상황이 나아져도 시장은 열정적으로 반응하는 단계인 것"
자료: TradingView
단순히 주가만 보면 RRD는 지난 5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의 주가인 $1.2 달러를 2020년에 찍고 이후 5배 정도 급등해 $6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수개월의 주가폭등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1. 망하지 않을것이란 기대. 2020년말 자본잠식 상태이긴 하지만, 2019년에 비해 그 규모가 축소되었다. 드디어 경영진이 정신차리고 구조조정, 흑자경영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는 것. 2020년 4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좋은결과로 나타났기에 이런 기대감이 생기는것으로 생각된다.
2. 업계가 바닥을 쳤을것이라는 기대. 상업용 종이나 인쇄수요가 디지털 경제의 등장으로 인해 꾸준히 감소하고는 있지만, 패키징 수요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무엇보다 경제활동이 다시 재개되면서 각종 판촉물, 메뉴판, 사이니지 등 이러한 분야의 수요가 회복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미국 시간기준으로 4월 27일 장이 끝나고 (한국시간으로는 이번주 수요일 아침) RRD 의 2021년 1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회사가 파산위기를 극복하고 다시한번 날개를 펼칠지 주목해보자. 참고로, 매출이 5조원이 넘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500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