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hone의 일부가 아니지만, iPhone이 팔릴 때 "이 것" 또한 팔린다.
*2021-05-04 글
애플의 2분기(회계연도 기준, 2021년 1~3월) 매출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특히 아이폰이 전년동기대비 66%나 높은 매출을 자랑했다. 아이폰 12가 5G로 출시되고 3년만의 디자인 완전변경이 단행되면서 상품성이 개선되고, 미국 정부에서 수차례나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수백만원에 달하는 금액의 수표를 전국민 대부분에게 지급하면서 구매력이 증가한것도 판매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같이 수혜를 보는 한국기업이 있다. 반도체냐고? Nope. 그럼 디스플레이? Nope. 아님 카메라 모듈? Nope. 바로 케이스 회사, 슈피겐코리아(192440) 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은 아이폰 판매량에 영향을 받긴하지만 전반적인 IT 하드웨어 수요에 영향을 받고, 슈피겐코리아는 아이폰 판매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에서 유명한 모바일 액세서리 및 휴대폰 케이스 기업이다.
자료: 슈피겐코리아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모바일 액세서리에는 두 종류의 시장이 있는데, 비포마켓(before market) 과 애프터마켓(after market)으로 나뉜다고 한다. 비포마켓은 모바일기기 제조사가(애플, 삼성, 오포 등) 원하는 스펙과 디자인에 맞춰 제품을 납품하는것이고, 애프터마켓은 자체 브랜드를(예: 벨킨) 구축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것이다. 슈피겐코리아는 애프터마켓, 특히 북미의 아마존에서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안착시킨것으로 유명하다.
자료: Amazon.com
아마존에서 'Spigen'을 검색하면 1000여개가 넘는 엄청나게 방대한 검색결과가 나오는데, 인기 모델용 케이스는 리뷰만 1만건 이상이 달리는 등 미국에서 확실한 케이스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잡은걸 알 수 있다.
또 'CYRILL' 이라는 브랜드로 북미 여성 소비자를 타겟중인데,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비건' 가죽,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조가죽, 사실대로 말하자면 플라스틱 소재로 가죽을 흉내낸 제품들이 인기라고 한다. 미국 10대 20대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성을 잘 이해하고 실행에 옮긴다고 볼 수 있다. 위에 보이듯이,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에어팟과 같은 무선 이어폰, 위치추적용 타일 등 다양한 모바일 전자기기를 위한 액세서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과 직원들이 지금까지와 같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기만 해도 성장하는 시장의 과실을 나눠 먹을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자료: Spigen Inc
자료: 슈피겐코리아(주) 사업보고서
매출은 매년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케이스 부문이 상대적으로 정체중이지만 기타 부분의 매출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자회사인 '슈피겐뷰티' 때문인데, 아마존을 통해 한국의 마스크팩 등을 자체 브랜드로 유통시켜 기초화장품 부문에서 급속도의 성장을 이끌어냈고, 해당 부문에서 소량으로 판매하던 손소독제를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약 600억원치 판매하여 작년에 유독 큰폭의 매출 상승이 일어난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매출은 일회성일 가능성이 높아서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낮을 수 있다.
이 회사는 꾸준한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으로 작년에 548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냈고, 이는 2019년 403억원 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금액이다. 그러나 배당금은 오히려 1300원에서 1200원으로 줄어들어 회사가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것에 관심이 없는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한다. 슈피겐코리아는 자체적으로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현금지출이 필요한 설비투자비에 대한 압박이 없고, 따라서 배당성향을 높여도 문제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김대영 대표이사의 높은 지분율 또한 한 몫 한다고 보여지는데, 개인 지분율만 해도 40%나 되서, 상장기업 치고는 대표의 지배력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수준이다.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시대적 흐름을 읽고 아마존에서 효과적으로 판매하는 능력인것 같은데, 케이스 뿐만 아니라 뷰티 부문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게 이를 뒷받침 한다고 생각된다.
자료: 네이버증권
주가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2019년 수준에 못미치고 있는데, 회사의 주주환원정책이 약하다는 점과 경제적 해자의 부재가 가장 큰 저평가 요인으로 보인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시의적절한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하는 능력이 뛰어난건 맞지만, "슈피겐이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그런 브랜드 로열티는 아직까지 부족한 것 같다. 당연히 케이스 만드는 회사에서 애플이나 나이키 같은 브랜드 파워를 기대하면 안되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 회사는 강력한 소비자 충성도와 브랜드 파워로 꾸준히 현금흐름을 불러오지만, 슈피겐코리아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에서 항상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입장인것이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주주환원정책, 그리고 경제적 해자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가는 일정 부분 저평가된 면이 없지않아 있는것으로 보인다. 실적만을 놓고 보았을때, 이 회사가 실망스러웠던 해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또 궁금한것은, 왜 한국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명에 '코리아'가 붙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