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flation
*2021-05-18 글
SUMMARY
1. 인플레이션의 구성요소
2. 기술발전과 인플레이션의 연관성
3. 앞으로 인플레이션은 지속되기 힘든것인가
4. 인플레 수혜 자산군
1. 인플레이션의 구성요소
요즘 인플레이션이 온다, 안온다에 대한 왈가왈부가 갑작스레 늘어났다. 유튜브나 SNS 상의 '전문가'들 또한 의견이 나뉘어져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헷갈리는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의 유무를 논하기전에 먼저 인플레이션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갈 필요가 있다. 한국 위키피디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인플레이션(inflation) 또는 물가상승은 한 국가의 재화와 용역 가격 등의 전반적인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상태를 말한다.[1] 이는 동시에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과 구매력의 약화현상을 가져온다."
위의 정의는 너무 단순하다. 대충 물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변동이 없으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지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어떤 재화나 용역 가격을 얘기 하는건지, 포함된 것들의 비중은 어느정도 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 유튜브에서 보이는 그 '전문가'들 조차도 말이다.
재화: 물건
용역: 서비스 / 대행
그래서 미국 노동통계국은 친절하게 CPI를 발표할 때 사람들이 주로 돈을 많이쓰는 물건과 서비스에 대한 비중을 어느정도로 두고 물가가 얼마나 빠른속도로 오르는지 설명해준다. 정해지고 규격화된 것들의 물가를 추적하면 집앞에 빵집주인이 사업전략 변경으로 인해 좋은 재료를 쓰고 브랜드를 고급화 시켜서 기존보다 빵값을 50% 올려 받아도 전체물가가 뻥튀기 되는 현상을 어느정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위는 당연히 주거비였다. 주거비 에는 임차료, 환산임차료(Owner's Equivalent Rent: 집주인이 해당 주택을 임차했을 때 내야하는 비용), 그리고 집이 아닌곳의 임차료(호텔, 모텔 등 숙박시설) 이 포함되어 있다. 표에서는 주거비를 42% 라고 적어놨는데 리모델링이나 가구 등 집에 들어가는 각종 재화/서비스 비용을 포함시킨것이고 순수 임차료+환산임차료는 33% 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환산임차료는 23% 로 7% 인 임차료보다 더 높다. 개인적으로, 4차산업 혁명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총 물가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물가 지수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 하는것인지 의문이다. 집을 지을때 목재대신 소프트웨어라도 넣는 것인가?
2위는 근소한 차이로 교통비가 차지했다. 사실 말이 교통비지, 교통비 원가의 상당부분은 에너지 가격 + 인건비가 차지한다. 항공업, 해운업을 구성하는 비용중 가장 큰 구성요소가 그것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그것들의 가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른다면, AWARE 콘텐츠와 EZAF 뉴스레터를 더욱 열심히 보도록 하자.
3위는 식비가 차지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자원은 에너지이고, 에너지는 음식 섭취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식비가 3위에 있다는 제일 놀라운 것이다. 오늘날엔 대부분의 선진국 국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는데 식량이야말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많이 떨어진 분야라고 생각된다.
CPI: 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물가지수
2. 기술발전과 인플레이션의 연관성
기술발전은 생산성 향상을 불러오고, 생산성 향상은 물가를 낮추는데 큰 기여를 한다. 이것은 여지없는 진실이다. 어떤 기술발전이 가장 큰 생산성 향상을 불러오고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 기여를 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필자는 Google, Amazon, Microsoft 등의 기술기업들이 일정부분 인플레이션 완화에 기여 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기술기업들이 4차산업 혁명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영원히 낮추어버렸다는 주장은 소설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의 구성요소에 대해서 살펴봤다. 주거비, 교통비, 식비를 합치면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특히 그 중에서 가장 큰 주거비의 경우 4차산업 혁명으로 인해 유의미한 인플레이션 완화가 힘들다. 주택은 주거 상품이고, 상품의 특성상 사람들이 선호하는 신규주택이 생겨나면서 꾸준히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소득은 꾸준히 우상향하기 때문에 임차료도 그에 맞추어서 올라간다. 2015년 이후 신축으로 지어진 강남 아파트 가격이 30억원이지만, 2010년 이전에 지어진 강남 아파트 가격도 두배이상 오른 20-25억원에 거래되는 이치와 비슷하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에 중요한 주거비, 교통비, 식비는 무형적인 부분보다 유형적인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물론 소프트웨어와 제어기술 발전을 통해 식량 생산이나 원자재 채굴 및 시추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필수적인 것들의 물가를 잡은것은 기계장비의 사용 및 생물/화학기술의 발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3. 앞으로 인플레이션은 지속되기 힘든가
우리는 1950년대 이후 개발된 장비와 소재(폴리카보네트, 들어는 보셨나요?) 을 이용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였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수혜 섹터는 바로 IT기술 • 미디어쪽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처럼 기술을 이용해서 생산성을 직접적으로 개선하고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는 기업들도 있긴 하지만 애플,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등의 기업들은 기본적인 의식주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감된 (돈이 넘쳐나는) 상태에서 태어난 신세대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들을 다양한 사업모델을 통해 실현했고, 이러한 사업모델들은 2010년대를 지나면서 어마어마하게 성공적임을 증명했다.
오늘날의 선진국, 적어도 우리가 아는 개발도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사람들은 의식주에 대한 걱정이 30년, 50년전 보다 훨씬 더 적고 그 이유는 우리가 살면서 필수적으로 소비해야하는 의식주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가 불거졌지만 정작 빌라, 단독주택 등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주택들의 임차료는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즉, IT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유의미하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기보다 인플레이션이 낮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업들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당장 아마존, 구글이 아무리 뛰어난 AI 를 개발한다고 해도 석유시추 시설을 없애면서 공급을 늘릴수는 없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에 지금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항목들에 대한 가격이 어떻게 될지 고민해봐야 한다. 지난달 CPI가 4.2% 로 예상치보다 0.5% 높은 결과를 보여주긴 했지만 시장에서 관심가지고 바라보는 부분은 이것이 지속될 수 있냐는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가지 중요한 것들의 가격을 예상해보자.
1) 석유
ESG (환경, 사회, 그리고 거버넌스) 투자가 유행하면서 석유기업들은 악의 축이 되어버렸다.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유가는 OPEC, 석유수출국가들로 이루어진 카르텔이 조정하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 이었지만 셰일가스 혁명으로 인해 미국내에서 대규모 셰일가스 유전들이 개발되면서 공급의 축이 중동지역에서 북미로 상당부분 넘어오는 쾌거를 이루었다.
사모펀드들은 셰일가스의 가능성을 보고 유전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었고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최대의 산유국이 되었다. 위 도표에 보이듯이 미국에서 원유를 생산하는것은 사우디나 다른 중동국가들보다 훨씬 비싸지만 산유국들은 재정을 석유판매 수입에 의존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손익분기점은 미국의 셰일가스 에너지기업들과 비슷하거나 더 높다고 봐야한다. 2014년부터 원유 치킨게임이 시작되었고, 고공행진하던 유가는 순식간에 폭락하고 말았다.
WTI 기준 배럴당 100달러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에서 순식간에 40불대로 폭락했고, 그나마 좋았던 호시절에 75달러 수준까지 오른후 50~70불 사이의 박스권을 형성하다 코로나라는 초거대 악재를 맞아 20달러를 찍게된 것이다. 작년들어 100개가 넘는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들이 파산을 신청했다고 하니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운 나비효과가 어느정도인지 대충 가늠할 수 있다.
셰일가스 유정은 최대 생산능력을 시추 시작후 근시일내에 달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최대 생산능력 도달후 가파른 속도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단점또한 있다. 따라서 셰일가스로 원유를 시추할 경우 계속해서 새로운 유정을 개발하고 이로인해 설비투자비용이 많이드는 단점이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지사 및 의원들은 이러한 방식의 셰일가스 신규 유정을 2027년까지 금지시키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미국내 석유생산에 대한 여론은 매우 안좋은 수준으로 치달았다. 여론을 신경써야 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에너지 관련 정책은 과학보다는 정치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원유를 시추할 수 있어도 미국내 여론이 석유시추에 반대하는 기조로 흘러간다면 원유 공급은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공급이 다시 중동축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필자가 장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 오르는 집값, 오를 렌트
이전 AWARE Research 글 '본격적인 미국 주택경기 상승이 시작된다' 에서 굳건한 월세수요, 지속적인 소득상승, 그리고 공급부족을 이유로 구조적인 주택가격 상승을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인들의 소득은 지속적인 일회성 수표 지급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더 올라간 상황이고 사람들은 실업급여를 너무 많이받아 일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안하고 있다.
거기에다 주택공급이 예전보다 훨씬 부족한 상황이고 목재, 철강 등 건자재로 많이 쓰이는 자원들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까지 치솟는 상황이다. 아까 언급했듯이 주거비용이 인플레이션을 계산할 때 직간접적으로 40%에 해당하는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주택가격과 임차료에 연동되는 환산임차료는 주거비용에서 제일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인들 대부분은 집주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때 인플레이션 압력은 앞으로 최소 1-2년, 길게는 3-4년 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고 보인다. '전문가'들이 생각하는것과 다르게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완전하게 대체하지 못하고 있고 (아마존은 이번주에 75,000명의 신규 일자리 고용을 발표했고, 노동자수가 너무 부족한 나머지 110만원 정도의 일회성 보너스까지 지급한다고 한다) 미국은 노동력 부족사태에 다다르고 있다. 따라서 수요증가는 너무나게 자명한 상황이고 전세계 경기가 미국을 후행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형식의 수요회복세는 세계곳곳에서 관찰될것이라고 생각한다.
4. 인플레 수혜 자산군
인플레 수혜 자산군은 당연히도 에너지(기업), 은행, 그리고 부동산을 꼽을 수 있다.
에너지 기업들은 땅에서 자원을 시추하기 때문에 유가상승과 생산단가 차이의 마진확대 효과를 그대로 이익으로 흡수할 수 있다. 앞으로 석유 생산과 관련된 투자가 구조적으로 줄어들것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격상승에 둔감한 생산확대 싸이클이 나타날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은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사이의 예대마진이 주된 수익원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장단기 금리 확대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은행의 가장 큰 리스크는 대출 손실인데 현재 경제가 회복하면서 장기금리가 오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손실에 대한 우려는 덜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장기금리가 1.5~1.7% 사이에서 움직이지만 저번주 CPI가 4.2% 를 기록했다는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장기금리의 상승여력은 한참 남아있는것으로 추측된다.
부동산은 주택의 경우 집주인이나 임차인의 소득수준, 오피스나 리테일의 경우 물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부동산 임대료는 해당 부동산을 임차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기대 매출의 xx% 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물가가 오르면 해당 부동산에서 창출되는 매출 또한 같이 오를것이기 때문에 기업으로 치면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유튜브 '전문가'들이 나와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더욱더 열띤 논쟁을 벌일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그들이 인플레이션을 계산할 때 주거비 비중이 이렇게까지 높다는 사실을 알고 해당 주장을 펼치는지 한번 추측 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