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 발전, 시기상조일수도 있다
*2021-05-29 글
0. INTRO
Getty Images / 보이는가, 저 크고 아름다운 무해 수증기가
發電 (발전): 전기를 일으킴
최근들어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탄소가 기여하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이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친환경 발전원에 대한 목소리가 미국과 유럽 위주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친환경, 저탄소 사회에 대한 논의는 일찌감치 시작되었고 CJ ENM 소속 MCN 기업 DIA TV는 요즘 떠오르는 연예인인 (필자의 사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츄( 이달의소녀)를 선두로 지구를 지켜츄 라는, ESG 시대에 걸맞는 친환경 라이프 영상 콘텐츠도 제작중이다.
들어가기에 앞서, 친환경 (親環境)에 대한 용어의 사용에 대해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구의 표면온도가 2도, 3도씩 올라갔을때 가장 피해를 보는 종은 인류 아닌가? 따져보면 친환경이 아닌 친인류 (親人類) 발전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물론, 이미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정도로 자리잡은 용어이기에 이 글에서도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이지만 인간도 지구의 생태계에 기생해서 사는 수많은 생물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것을 인지할 필요는 있다.
이 글은 길고, 상대적으로 과학적인 (‘지루함'으로도 알려져있다) 글이 될것이므로 결론 부터 말씀 드리자면, 태양광 + 풍력은 전체 발전용량의 30%를 넘어서면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ESG: Environment,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의 약자로 환경, 사회, 그리고 기업 지배구조를 투자할 때 적극적으로 고려하는것을 뜻함
1. 독일의 비합리적인 신재생에너지 정책
독일을 떠올리면 규칙을 잘 따르는 융통성 없는 엔지니어들의 국가를 연상하게 된다. 포르쉐, BMW 등의 고성능 차량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에너지 정책에서도 자꾸 융통성 없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게 바로 독일 정부다. 필요 이상으로 신재생에너지 (renewable energy)를 쓰고 있으며, 이러한 계획이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면서까지 밀고 나가고 있다.
Clean Energy Wire
위 도표를 보면 2020년 독일의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44.6%를 차지했으며, 특히나 전력생산이 불안정하고 신뢰성이 없는 태양광, 풍력의 합산 비중은 32.5%에 달했다. 저렇게 높은 신재생에너지 비율로 비싸더라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면 독일은 선진국이고 저탄소 에너지에 대한 지불의사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소비자들이 있으므로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태양광 + 풍력에너지의 조합은 특히나 불안정하고 전력수요를 화석연료 없이 충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작년한해 석탄 (Hard coal + Lignite)의 비중은 23.8%에 달했고, LNG 발전은 16.2%로 화석연료의 비중은 총 발전량의 40%에 해당했다.
Clean Energy Wire
지난 20년 동안 진행된 신재생에너지를 향한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 Energiewende 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의 양을 줄이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탄소배출량이 거의없는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량도 줄임으로써 기대만큼의 탄소배출 저감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Clean Energy Wire
올해부터는 EU 2030 climate & energy directive 에 맞춰서 현존하는 석탄 및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용량 자체를 줄이는 결정을 단행한다.
2030 climate & energy directive 내용:
- 1990년 대비 40% 낮은 탄소배출량
- 최소 32% 의 신재생에너지 비율
- 최소 32.5% 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
지금도 독일은 40%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갖추고 있으므로 더 이상 투자를 더 할 필요는 없지만, 독일과 EU의 생각은 독일을 신재생에너지 전진기지 처럼 활용하고 EU 국가들의 전력망을 이어서 다른 EU 국가가 32% 만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갖추지 않고서도 EU 전체가 2030 목표를 도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독일은 지난 5년간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데 320억 유로 이상을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대한 계획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했으며 이번에는 더 무리한 계획을 들고왔다. 독일의 전기요금이 미국의 3배 이상이라는 사실은 이제서나 언급할 수 있다.
2. 비효율성의 극대화 및 치솟는 비용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태양광 + 풍력으로 발전 한다는것은 극한의 불안전성을 가져온다는것을 알 수 있다. 태양광에너지는 오후에 태양이 떠야 발전이 가능한것은 물론 계절마다 일조량이 다르므로 계절마다 발전량이 달라지고, 그해의 날씨가 어땠느냐에 따라 연간 발전량이 들쑥날쑥 한다.
따라서 태양광으로 발전용량의 상당부분을 대체하려면 필요한 수준보다 더 많은 용량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혹자는 태양광 (혹은 풍력)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태양광 패널에 대한 수요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칠수도 있겠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태양광은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이 아니다.
Lazard
미국의 엘리트 부티크 투자은행 Lazard 의 LCOE 계산에 의하면 태양광과 풍력의 전력 생산단가는 이미 대부분의 현존하는 발전 방식보다 저렴한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감가상각이 끝난 원자력 발전소, 화력발전소 등은 발전단가가 태양광과 비슷하다.
Worldbank
이러한 계산 대부분은 몇가지 변수들이 좌지우지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곤 하는데, 미국은 서남부는 전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태양광 자원이 좋은 지역이고, Lazard 는 미국 투자은행이므로 그런 지역에 주로 위치한 대형 태양광 발전소의 수치들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도에도 보이듯이, 독일이나 대한민국은 태양광 발전 잠재력이 낮은편이다.
LCOE: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의 약자로, 해당 발전설비의 가동기간 동안 단위전력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
숨겨진 에너지 저장비용
EIA
앞서 언급했듯이, 전력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가 주력 발전원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 필요 용량보다 훨씬 많은 발전용량을 지어야 하며
- 수요가 없을때 생산되는 전력을 저장하고, 공급이 부족할때 전력을 방출하는 에너지 저장장치
가 필요하다. 그런데 하이라이트가 된 부분을 보면, 태양광/풍력과 필수적으로 체결되는 (현재 ESS는 주로 전력 수요/공급 불균형을 노리는 차익거래 – arbitrage – 에 사용된다) 배터리 시스템의 LCOS가 가장 높은 상황이다. 배터리는 다른 어떠한 에너지 저장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용을 자랑한다.
Lazard
현재는 태양광 발전소 + ESS 시스템으로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하는 모델로 수익을 내는것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시장의 ‘비효율'을 이용하는 수익모델은 보편화될수록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 전체적인 수익률을 낮추게 된다.
ESS: Energy storage system 의 약자로, 주로 배터리로 된 에너지 저장장치를 뜻한다 LCOS: Levelized cost of storage 의 약자로, 해당 에너지 저장장치의 가동기간 동안 단위전력을 저장하는데 드는 비용
3. 원전, 무한한 수명?
“모든것엔 끝이있기 마련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제외하고는.” 라고 미국 에너지부가 말했다. 2021년 현재 미국 원전의 평균 수명은 40년 정도인데, 원자력 발전소의 회계적 평균 감가상각 연수인 15년에 비해 3배 가까이 긴 수명이다. 위 미국 에너지부 글에 의하면 60년, 80년까지 수명이 연장되는 원전들이 등장하고 있는중인데, 대다수의 원전은 일부 부품이나 장비를 교체하면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Lazard
아까 도표를 다시한번 보자. 원전의 발전단가는 $129~198 수준으로 대형 발전설비중에 가장 높지만, 감가상각 비용이 크게 반영된 탓이 크다.
노란색 마름모꼴 모양 옆에 붙어있는 $29는 감가상각이 끝난 원전의 예상 발전단가인데, 원전의 수명이 사실상 무한해진 시대에서 15년 이후부터는 최저수준의 발전단가, 안정적인 전력공급, 탄소 무배출등을 누릴 수 있는셈이다. 거기다 태양광 발전원과 달리 ESS 사용은 옵션이다.
EIA
미국 에너지정보국의 2021-2022 단기 에너지 전망에 의하면 원자력의 미래를 어두워 보인다. LNG 발전과 신재생에너지의 부상이 석탄과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을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이터에는 보이지 않는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바로 바이든 행정부.
위 기사 내용대로 라면 바이든 행정부는 신형 원자로를 이용한 원자력 발전은 물론 구형 원자력 발전소에도 세제혜택을 제공하는등 원자력 발전 전반에 대한 지원책을 인프라 법안에 포함시키는걸 유력으로 생각중이다.
미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20년전 104기에서 현재 93기로 점점 감소추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신형 LNG 발전소와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 구형 원전은 운영을 포기하고 폐쇄를 선택한다) 세제혜택으로 경제성이 개선되면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률 상승은 물론 신규원전 건설수요도 높아질 수 있다.
4. 원전 관련 투자 예시
1. Energy Fuels (NYSE: UUUU)
Energy Fuels 는 미국 콜로라도 기반의 우라늄 채굴기업으로, 원자력 발전소에 주 원료가 되는 자원을 공급한다. 지난 10년 연속으로 적자를 냈기 때문에 뉴스를 이용한 시세차익에 유리한 회사로 보이고, 펀더멘탈은 약한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정책이 친원전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실제 우라늄 수요 회복까진 시간이 걸릴것으로 보인다.
2. Exelon Corporation (NASDAQ: EXC)
Exelon Corporation 은 유틸리티 기업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해 LNG, 태양광 등 다양한 발전원을 보유중이다. 친원전 정책과 연관은 되어있지만 대규모 유틸리티 기업 특성상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것으로 생각된다.
3. Babcock & Wilcox Enterprises (NYSE: BW)
Babcock & Wilcox Enterprises 는 스팀보일러로 가장 유명한 기업이며 최근들어 신재생, 폐기물처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상태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핵반응을 통해 물을 가열하고 가열된 수증기가 스팀보일러를 회전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구조이므로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실적에 도움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탈원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었지만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 발전소보다 효율적이지도, 더 저렴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원자력 발전소를 통한 탄소배출 감소로 선회한 유명 환경운동가 Michael Shellenberger 를 일부 인용한며 글을 마친다.
“A prominent renewable energy advocate who many Congressional Democrats rely upon for their proposals calculated earlier this month that for Texas to receive 100 percent of its electricity from renewables while electrifying all heating, transportation, and other services, the Texas grid would require 7,000 gigawatts of battery capacity to store 13.6 terawatt-hours of electricity. That amount of battery power is 6 times more than all electrical generating capacity in the U.S. And the cost, just for Texas, would be $5.8 trillion, which is nearly three times the entire cost of President Biden’s proposed infrastructure climate legislation.”
“미국 하원의원들이 의지하는 유명 신재생에너지 옹호론자는 이번달 초 텍사스주의 난방, 교통, 그리고 다른 서비스를 모두 전동화한 전력수요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려면 텍사스주의 전력망은 13.6 테라와트시의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7,000 기가와트의 배터리 용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내놓았습니다. 그 정도의 배터리 용량은 미국의 전력생산 설비를 모두 모아 놓은것의 6배에 달합니다. 또 텍사스주 한곳만의 전력수요만 100% 신재생에너지로 교체하려고 해도 $5.8조 (약 6600조원)의 예산이 소요될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숫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인프라 법안 규모의 3배에 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