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슈

국채금리가 떨어지는 이유

RYUNSU SUNG
PRO

2023-02-01 · 7 MIN READ

국채시장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2021-06-11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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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ARE Data


지금까지 시장은 인플레이션 = 장기금리 상승이라는 공식대로 움직여왔고, 따라서 팬데믹 이후 각종 물건, 서비스, 원자재의 공급부족으로 인한 생산단가 상승발 인플레이션이 발표될 때 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으로 보답했다.


이번주 발표된 물가지수는 어떤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던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를 보여주었고, 장기금리는 시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거듭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 인사들의 발언처럼 지금 당장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과열을 뜻해도 일시적이라는 시각에 동조하는듯 하다.


1 수요와 공급


그런데, 금리는 어떻게 정해질까?


세상의 모든것들이 그러하듯, 돈의 가격또한 수요와 공급이 결정한다. 당신의 지갑속의 5만원이 5만원을 뜻하지 어떻게 가격이 정해질 수 있냐고 어리둥절 하지말자. 모든것의 가치는 상대적이기 마련이고 지갑에 5만원짜리 화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그 5만원의 상대적인 가치, 혹은 구매력은 떨어진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당신이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때 8억원을 은행에서 빌린다고 가정해보자. 은행은 예금을 받아 대출을 내어주고,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익을 남기는게 핵심사업이다. 당신은 누군가가 은행에 8억원 이상을 예금했기 때문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것이다.


은행입장에서 예금주에게 지불하는 예금 이자는 원가, 당신에게 대출을 해줌으로써 받는 대출이자는 판매가라고 볼 수 있다. 당신 입장에서 대출이자는 돈의 가격이다.


예금 이자 = 원가 대출 이자 = 가격


경제가 좋아지고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져서 은행에 돈을 예금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예금의 ‘공급' 이 확대되기 때문에 예금주들은 은행에 돈을 예금하기 위해 더 낮은 가격 (이자)을 감수한다. 대출 이자 또한 낮아지는데, 은행들이 낮은 원가를 기반으로 더 낮은 이자에 돈을 빌려주기 때문이다. 대출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 (이자율)도 낮아진다.


그리고 미국 국채시장에서 저런일이 발생하고 있다.


FRED


파란선은 상업은행 총 예금액, 빨간선은 연준의 총자산이다. 그래프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는데 연준이 3.6조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진행하면서 예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연준은 매달 130조원 규모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진행중인데 예금액의 기울기가 최근들어 연준의 자산이 늘어나는 기울기보다 가팔라지고 있다.


은행에 예금액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는것은 무엇을 뜻할까? 돈을 빌려주는데 드는 원가가 감소한다는 뜻이고, 장기물 국채금리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미 돈이 충분하게 공급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돈을 공급하니 원가가 계속해서 낮아지고, 대출금리 또한 연동되어서 우하향 하는것이다.


2 앞으로의 전망


지금까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향후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 지표처럼 쓰여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국채금리 또한 수요/공급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돈의 공급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경기 과열 ➡ 예금액 감소 ➡ 대출 수요 증가 ➡ 국채금리 상승


이 세가지 요소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오면 바로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유동성을 계속해서 주입하고 있는 상태이고, 경제주체들이 필요로 하는 신용보다 훨씬 더 많은양이 공급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미국 국채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를 보면 바로 확인된다. 현재 해외 채권투자자들이 보유한 국채의 규모와 연준이 보유한 국채의 비중이 동일하다. 바꿔 말하면 찍어내고 있는 국채 상당부분을 중앙은행이 사주고 있다는 뜻이 된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왼쪽 바지 주머니에 있던 종이에 달러표시를 그려놓고 오른쪽에 넣어둔 뒤 마트에 가서 쌀을 그 종이로 사는격이다.


미국이란 위대한 국가의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하는일이고, 경제위기라는 명분이 있었기에 이런 양적완화는 아직까지 용납이 되었지만 달러의 구매력을 표시하는 달러인덱스는 현재 꾸준히 우하향을 이어나가고 있다. 즉 미국 달러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외국의 물건을 살 때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것이고, 더 높은 비용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그 인플레이션이 맞다.


결론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상당기간 동안 계속 진행될 확률이 높아보이고 달러약세는 거기에다 불을 지피는 형식이 될것이다. 연준의 매월 130조원 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 때문에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가 따로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되는것으로 사료된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다시 반등하려면 연준이 공식적으로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시점, 혹은 그에 대한 여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 되야 할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올해 8월~9월을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주장보다는, 현재 인위적으로 낮춰져 있는 국채금리가 향후 더 큰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