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차세대 반도체 성장동력으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지금껏 높은 성장성을 보여준것은 사실이지만, 라이벌 TSMC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2021-10-12 글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흔히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꼽는다. 파운드리 (대장간)는 말그대로 고객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스펙에 맞게 생산해주는 수주형 제조업이다. 다른 제조업보다 성장성과 안정성이 높은 반면 천문학적인 설비투자비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사람들 생각보다 역사가 깊다. 2000년대 중반부터 첫번째 아이폰에 들어가는 칩을 위탁생산 하기도 했으며, 이후 아이폰 4, 4S에 들어가는 CPU 설계에 시스템 LSI 사업부가 손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부각된 것은 TSMC 실적이 폭발하기 시작한 2019년부터고, 이때부터 삼성전자 또한 IR 회의를 개최할 때 마다 2030년까지 종합 반도체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TSMC가 거머쥐고 있는 부동의 1위 타이틀을 뺏어오지 못할 확률이 높은데,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 1. 밀도
- a. TSMC와 삼성전자와 같은 파운드리 회사들은 자사의 프로세스를 설명하기 위해 'n'nm (n = 숫자 | nm = 나노미터) 프로세스 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숫자가 낮을수록 더 미세한 공정이며 같은 웨이퍼로 더 많은칩을 더 미세하게 찍어낼 수 있다. 또 낮은 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성능과 전력효율이 뛰어나다.
- b. 같은 5nm 공정이어도 회사마다 밀도가 다르다. A 회사는 5nm 피치를 해당 공정에서 80% 가량에 적용후 '5nm' 마케팅을 할 수도 있고, B 회사는 30% 가량 적용후 '5nm' 라고 마케팅 할 수도 있다.
- - 위 표에서 Transistor density (MTx/mm2)를 보면 TSMC 5nm 공정이 비슷한 이름의 삼성전자 공정보다 밀도가 훨씬 높은걸 볼 수 있다. 마케팅 상으로는 두 회사 모두 동일공정에서 생산이 가능하지만, 실제 성능과 효율은 TSMC가 위인것이다. 공급처 다변화로 유명한 애플이 수년째 TSMC의 공정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삼성전자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성능과 물량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 2. 물량
- a. 5nm 이하의 초미세공정에서는 EUV Lithography 장비가 필요한데, EUV는 극자외선을 말하며 Lithography는 석판인쇄술을 말한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대량인쇄 하기위해 목판인쇄술이 발명된 것 처럼, 반도체를 미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파장이 더 짧은 노광장비가 필요하다.
- b. 세계에서 EUV Lithography 장비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ASML이 유일하다. 지난해 100대 정도를 공급했다고 알려져있는데, 그 중 TSMC가 70% 가량을 가져갔다고 밝혀졌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네덜란드까지 날아가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아직 큰 진전은 없다.
이처럼 미세공정에서 경쟁하는 두 회사의 모습을 보면 TSMC가 확실한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EUV 장비 구매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는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크게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을 하는것과 다름없다.
'이상한 글쓰기 대회'에서 공책 한 장에 최대한 빽빽하게 소설을 옮겨쓰는 숙제를 주고, 제일 많은 글자를 써넣은 사람에게 상금 100만원을 준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가진 펜은 0.5mm 짜리고, 내 옆에 경쟁자가 쓰고있는 펜은 0.1mm 짜리이다. 그 펜을 만드는 제조사에 찾아가니 당신은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얘기하면, 그 대회에서 수상할 사람이 누가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