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ple은 A 시리즈인 모바일 SoC는 물론 2020년말 M 시리즈 출시 이후 PC보다 더 나은 성능을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Apple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
*2021-11-17 글
Apple (AAPL)은 새로운 아이폰 혹은 아이패드, 그리고 요즈음은 Mac 컴퓨터 라인업을 발표할 때 마다 출시되는 기기의 성능에 대한 자랑을 빼놓지 않는다. 위 이미지에 나타난 애플의 모바일 전용 SoC (시스템온칩: CPU, GPU, NPU 등 다양한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가 하나의 패키지안에 들어가있는것)인 A15은 경쟁사 Qualcomm (퀄컴, QCOM)의 최신 SoC인 Snapdragon 888보다 25% 빠른 CPU 성능, 30% 빠른 성능을 보여주었다.
Apple은 칩셋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할 때 절대적인 성능뿐만 아니라, 전력당 성능을 항상 강조한다. 더 낮은 전력으로 더 높은 성능을, 즉 더 효율적인 칩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Apple)
Apple 공식 발표자료에 따르면 경쟁사 (Intel: INTC)의 노트북용 8코어 CPU 보다 저번달에 새로 발표한 Mac용 SoC인 M1 Pro가 70% 가량 낮은 전력으로 최대 1.7배에 달하는 성능을 낸다고 한다. 다만 비교대상인 Intel의 CPU는 11세대인데, 12세대가 발표된지 얼마되지 않았다. 12세대는 11세대에 비해 큰 폭의 성능향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경쟁사의 향상폭을 감안하더라도 2020년에 들어서야 컴퓨터용 칩을 제조하기 시작한 Apple이 저전력, 고성능 칩셋을 설계할 수 있다는 건 상당히 놀랍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Apple은 이미 2009년 부터 아이폰용 A 시리즈 칩셋을 설계하기 시작했고 (이전엔 삼성의 설계가 들어갔다) GPU 또한 2017년 부터 독자적으로 개발한 칩셋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출시된 M 시리즈 SoC는 왜 이렇게 압도적인 성능을 저전력으로 낼 수 있을까? 그리고 전력대비 성능은 왜 중요할까?
- - M 시리즈 SoC는 완전히 새로 설계된 것이 아닌, A 시리즈의 '확장판'
- - 고효율 (저전력, 고성능) 칩셋은 모바일 기계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배터리 지속시간을 비약적으로 확대
흔한 노트북 사용자라면 제조사가 홍보하는 '10시간'대의 배터리 사용시간은 화면을 못 볼 정도로 낮은 밝기로 낮춰놓고 모든 무선 네트워크 연결을 해제한 후 이미 SSD에 저장해놓은 어두운 배경의 영화를 재생할때나 겨우 나오는 수치임을 알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애플의 이번 M 시리즈를 사용한 노트북들은 10시간에 가까운 실생활 배터리 지속시간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M 시리즈 칩셋이 x86이 아닌 ARM 기반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저전력에 적합하고 (CISC vs. RISC), 애플의 뛰어난 반도체 설계팀과 이들이 원하는대로 제품을 만들어줄 파운드리 TSMC (TSM)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x86 (Intel, AMD 등)와 ARM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CISC (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와 RISC (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라는 기계언어에 있다. 이 둘의 차이점은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프로그래밍의 복잡성에 있다. CISC를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만들면 용량이 작고 메모리를 적게 사용하고 한꺼번에 복잡한 명령을 처리할 수 있다. RISC를 이용한 프로그램은 용량이 상대적으로 크고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며, 한번에 하나의 명령만 처리할 수 있다. 특성만 들었을 때는 CISC가 더 나아보이지만 그건 순전히 개발자의 입장이다. RISC를 이용한 프로그램은 설계가 복잡한 대신 속도가 더 빠르다는 강점이 있고, 따라서 CISC를 하드웨어 중심 설계, RISC를 소프트웨어 중심 설계라고 지칭한다.
그런데 Apple의 반도체 설계 경쟁력 왕좌가 왜 위협 받는것일까?
핵심인력들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Apple의 새로운 SoC인 A15 Bionic 시리즈가 발표되자 나온 기사인데, 새롭게 공개된 A15 칩셋이 전작대비 성능향상이 미미하다며, 이 핵심 이유로 인력이탈을 거론한다. 애플의 A15 발표에서는 무언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는데, 바로 전작인 A14 시리즈와 성능을 비교하지 않고 3년전 칩셋인 A15보다 많이 빠르다고 강조한다던가, 경쟁사 (Qualcomm, Mediatech, 삼성전자 등)가 개발한 칩셋보다 많이 빠르다고 광고했다는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성능은 이들보다 2년 이상 앞서나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애플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칩셋을 개발하면 전년도의 자사 칩셋과 비교하는 경향이 강했다.
전작과 비교하지 않은 이유는 성능향상이 상당히 미미했기 때문인것으로 보인다. A15 Bionic은 A14 Bionic 보다 약 7~10% 가량 앞서는 성능을 보여주는것으로 측정되었는데, 이 정도 성능향상은 5년래 최저수준이다. 그리고 이러한 뉴스가 발표되었다:
Qualcomm just bought a two-year old startup founded by former Apple engineers for $1.4 billion- The Verge
종합 반도체 (CPU, GPU, 통신모뎀 등 설계) 기업인 Qualcomm (QCOM)이 2년된 Nuvia라는 반도체 설계기업을 무려 1조 60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주고 인수했는데, 이 회사 경영진 및 엔지니어의 상당수가 Apple에서 A 시리즈 칩셋을 개발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CEO는 한 때 A 시리즈 개발 총책임자였다.
(Nuvia)
Qualcomm에 인수당하기 이전의 발표자료를 보면 Nuvia는 현재 애플의 최신 칩셋 보다 더 나은 효율의 반도체를 개발중인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성능에서도 전력수요가 현저하게 낮은편이다.
또 2021년 9월에 결성된 Rivos라는 반도체 스타트업은 구성원 상당수가 Apple, Qualcomm에서 반도체 개발을 담당한 엔지니어인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처럼 Apple은 지난 수년간 수많은 고급 반도체 엔지니어를 스타트업에 뺏겨왔는데, 극소수의 뛰어난 인재들 입장에서는 Apple에서 제시하는 연봉 수준보다 수십배, 수백배에 달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당연한 결정이다. 인수 당하기 직전 Nuvia의 직원은 113명으로, 1인당 150억 가량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엔지니어의 이탈이 지속되면서 최근 1-2년간 Apple이 개발하는 반도체의 효율 향상이 점점 더뎌지고 있다는것이고, 경쟁사들이 눈에 불을켜고 직원들을 스카웃 하거나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성능경쟁의 격화가 예상된다는것이다. 과연 Apple의 반도체 초격차가 3년뒤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