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예측한다

SUNGWOO BAE
PRO

2023-02-06 · 14 MIN READ

상대적영향력과 유사예측행위

*2022-03-21 글


특정한 전략에 대해 과거의 성과가 궁금해 백테스팅 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떠한 데이터를 사용하셨나요? 일별 데이터였나요? 혹은 월별 데이터였나요?

어쩌면 더 작을 수도 있겠습니다. 5분,10분, 30분..


당연하게도, 어떠한 시간의 데이터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변합니다.


여기에 두가지의 이동평균선 백테스팅 결과가 있습니다. 하나는 순익이 1097.2%, 다른하나는 1.48%입니다.

눈치 채셨나요? 이 두개의 결과는 백테스팅한 데이터의 기준 시간대가 다릅니다. 첫번째는 일봉 데이터, 두번째는 5분봉 데이터거든요.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인가요?

이에 대한 대답은 우스울 정도로 당연합니다. 기준(1캔들) 당 기록되는 데이터가 다르고, 그 데이터에 의해 지표(전략)의 데이터 또한 크게 바뀌기 때문입니다.


의문점은 이러한 '당연한 것'에서 시작됩니다.




절대성과 상대성


캔들차트를 제외한, 일봉의 이동평균선과 5분봉의 이동평균선입니다.

애초에 교차하는 횟수부터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전략이 5분봉에서는 유효한데 일봉에서는 아니더라"


라는 표현은 옳은 표현일까요?

5분에 비해서 하루는, 그 차이가 너무 커서 특정한 전략 자체가 잘못되어질 수 있는 것인가요?


잠깐 일봉을 "일봉"이 아니라 "1,440분봉"이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1,440분봉 차트에서 이동평균선을 보겠습니다. 아까 5분봉에서의 움직임 못지 않게 교차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개별 가격데이터 또한 5에서 1,440으로 288배 증가하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5분에서 일봉으로, 기준이 전부 비례해서 커졌는데 결과는 상이합니다.

전략에 사용된 모든 데이터가, 하물며 백테스팅 기간까지, 그대로 비례해 증가했는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나요?

아까의 그 문장은 옳은 것인가요?


옳을 수 있는 문장입니다.


변하지 않는 기준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가격입니다.

지표는 시간 기준에 비례해서 커지지만, 가격은 절대적이어서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5분봉에서 바라 본 시세의 1%와, 일봉에서 바라 본 시세의 1%는 동일한 1%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가격만이 절대적이고 다른 모든 것 (혹은 대부분의 것)들은 상대적임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기술적분석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전년대비성장률은 전분기대비성장률과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 이 수많은 데이터 중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성장률의 양(+)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1년 동안 파리만 날리던 식당에서 방금 파스타가 하나 팔리면, 1초 전 대비 양전환입니다.

이 식당은 좋은 식당인가요? 아 그런데, 1년 하고도 1초 전까지는 10년동안 엄청 잘나가던 식당입니다.

비록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가치주와 성장주 논란은 이래서 생기는 것 아닐까요?

그저 기준이 바뀌었을 뿐인데, 서로를 멍청하다 부를 정도로 다투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래서 절대적인 것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여기 흑자 기업인 A와 B가 있습니다. 매출의 크기가 큰 만큼 지출이 크면 의미가 없으니, 순이익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당장 A보다 B의 순이익이 더 크다면 B가 더 나은가요?

둘 다 좋으니 둘 다 사면 될까요? 둘 다 사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 세상엔 돈이 무한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멋들어진 말로,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는 것 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런데, B가 앞으로도 순이익이 더 클 수 있을까요?


이래서 계량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계량을 믿게되는가 봅니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수익이 생길 것이라 믿으니까요.

그런데 그 주식이 오르지 않는다면요? 시장은 효율적일수 있어도 개별주식은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요?

그리고 시장도 모든 시장이 과연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결국 계량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적어도 그 일부는 손익비를 따져보게 됩니다.

이 손익비에는 평균 수익이 포함됩니다. 과거의 수익이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고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 예측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영향력의 차이


어떻게 이 "유사 예측"을 해야할까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돈도 결국 상대적이니,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보면 어떨까?"

A씨에게 있어서의 1,000원과, B씨에게 있어서의 1,000원은 가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기업의 현재가는 절대적일 수 있어도, 지갑 속의 돈은 상대적입니다. A씨는 B씨보다 적을 수도 있고, 또 B씨는 C씨보다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같은 시기에 투자를 했다는 가정 하에 이 두 명의 1,000원이 시세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같습니다. 같은 1,000원이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장기적으로 그 주식에 들어가는 돈도, 그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이루어집니다.

현재가는 상호 간의 타협이기 때문입니다. 타협을 해야하는데, 서로의 지감은 상대적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모두의 100%가 시장에 동일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합니다.



이제 이 영향력을 기준으로 두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마켓메이킹이 되느냐, 안되느냐입니다.

우리는 이 마켓메이킹이 가능한 자들을, "세력"이라 지칭합니다.


마켓메이킹(Market Making): 증권시장에서 특정 주식의 주가가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조작하는 일. 시장조성(市場造成)이라고도 한다.



세력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슬프게도 제가 그만큼의 영향력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켓메이커가 아닌 사람"을 위한 이야기는 가능합니다.

저는 이번 기고문에서 자원의 희소성을 두번 언급했습니다.

다시 정리해보자면, 이 희소성 때문에 선택을 해야하고, 동시에 모두의 100%가 시장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여기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마켓메이커입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마켓메이커가 아닌 투자자들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동시에, 이것이 제가 말하고자 하는 유사 예측입니다.

그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기준금리, 환율, 여러 시장 상황 등 거시경제를 살펴보며 영향력이 큰 인물 (파월 의장 etc.)이 어떠한 발언을 할지 생각해보거나,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하거나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에 대해 어떠한 발언을 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들을 수만 있다면etc.)

사실 이미 많은 분들이 유사 예측을 하고 계신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저는, 제가 오래 해온 분야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시간 기준에 대한 인지


다시 기술분석으로 돌아옵니다.



위 자료는 1일부터 10일 이동평균선입니다. 적색 구간과 같이 불안정한 곳이 있는 반면, 녹색 구간과 같이 아름답게 미끌어지는 곳도 보입니다.




실제로 캔들차트에서도 적색 구간에서 상호 간 타협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순서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타협이 잘 안되었기에 가격이 흔들렸고, 그 다음에 지표에 변화가 온 것이라고요.

맞는 말입니다.

그럼 조금 더 넓게 접근해보겠습니다.




표시한 각 고점이 점차 상대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첫번째 구간은 밴드를 이탈, 두번째는 밴드의 두번째 칸, 세번째는 세번째 칸...


그 끝에, 긴 기간 동안의 타협은 끝났고 큰 폭의 하락을 맞이하였습니다.


타협을 하는 순간은 관측하기 어려워도, 타협이 진행되는 모습은 충분히 관측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것이 기술적분석에서의 유사 예측입니다.


일봉과 주봉의 개념에서 벗어나, 0.1일봉, 0.01일봉과 같이 시간 기준에 대한 인지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Top-down 방식으로, 거시적인 흐름에서부터 미시적인 흐름의 순으로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지점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이 유사 예측의 신뢰도는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 맞물림이 아닐 때 행해지는 투자행위를 저는 "불필요한(상대적으로 비합리적인) 거래"라고 생각합니다.




인지에서 벗어난 케이스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거래량입니다.

논리적으로, 호가창에 주문이 적으면 주문이 많이 밀려있을 때에 비해 변동성이 커지기 쉽습니다. 어느 한 쪽으로 시세가 밀리기 위해서는 자리를 잡고있던 주문이 전부 취소가 되거나 체결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한 쪽으로 밀렸을 때, 호가창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을 잘 받는 상태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에 의해 한 쪽으로 거래량이 급증하며 치우쳤을 때, 시세는 단기적으로 회귀하는 경우가 자주 관측됩니다.

이 현상을 혹자는 "데드캣바운스"라고 부릅니다.


즉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며칠 뒤에 회귀하는 모습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만약 시간 기준에 대한 인지에서 벗어나 일봉이 아니라 1.5일봉으로 시장을 바라본다고 생각한다면, 시세가 급락하고나서 며칠 뒤에 오르는 모습은 이제 논리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습니다.


데드캣바운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다가 잠깐 반등하는 상황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로, 이러한 상황을 고양이에 비유한 것이다. 




위의 경우처럼 정해진 시간기준에서 벗어나 타협의 과정을 지켜본다면, 분명 더 유동적이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유사 예측의 성공가능성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 것을 측정하고 판단하는 것 또한 예측(통계)의 범주이기 때문입니다. 예측이 아닌 유사 예측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유사 예측을 위한 여러 개념들을 바탕으로 하되, "나름대로의 범위(기대수익/예상손실) 내에서의 상대적으로 기회비용이 높은" 기회를 잡는 것,

즉 손실 최소화에 대한 계획도 별개의 사항으로 빼 고민해보아야할 필요도 존재합니다.


당연히 조건이 많을 수록 합리적인 거래 기회를 찾았을 때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많아질 수록 찾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개념 혹은 논리들을 통한 유사 예측으로 마켓메이커의 등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선택으로 발생하는 콩고물은 엄청 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