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blox의 하락이 말해주는 NFT와 메타버스의 문제점
*2022-05-05 글
암울한 시장 분위기 속, 대표적 메타버스 기업인 로블록스는 시장 대비 58% 추가적인 하락을 갱신하며 끔찍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초월적인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의 시대는 저물어가는 것일까요?
캐시우드의 ARKK가 로블록스를 지속적으로 추가 매수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비중은 2%가 채 되지 않으며, 비중 순위는 35개 종목 중 21위에 위치하는 모습입니다.
캐시우드의 지속적인 로블록스 추가매수는 2021년 12월 2일부터 시작 되었는데요,
누구나 다 뜻이 있겠지만, 저라면 심리적으로 버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메타버스는 앞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개념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잠시 뜨는 개념에 불과한 것일까요?
잠시 뜨는 개념이라기엔 Too Big To Fail이 되어버린 것인가요?
메타버스와 NFT,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NFT가 메타버스의 시장 크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부터, 메타버스는 존재했습니다.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세컨드라이프 등등,
가상공간 안에서 건물을 짓고 특정한 활동들을 하면서 다른 유저와 거래를 하는 게임의 형태로요. 그렇다면 이 메타버스가 난데없이 뜨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P2E에 NFT가 접목되면서부터입니다.
P2E는 Play to Earn의 약어로, 쉽게 말해 게임을 하면서 아이템을 얻고, 그 것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전부터 존재했던 이 구조는 캐릭터나 아이템의 복제, 즉 악성 버그를 통한 수익을 얻는 문제점도 존재하였고, 현금화의 어려움(아이템>게임머니>현금)도 존재하였습니다.
NFT의 등장 이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었고, 드디어 P2E에 NFT가 접목되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진 다 좋아 보이는데, 도대체 무엇이 핵심적인 문제인 것일까요?
바로 메타버스 속 NFT의 실질적인 가치에 대한 의문입니다.
희소성, 세상에 하나 밖에 없어도 문제
현실경제에서의 화폐의 시작인 실물화폐는, 교환이 용이하고 희소가치가 높은 귀금속이 채택되었습니다.
음..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특성과 마켓플레이스(opensea.io)의 등장 덕에 교환은 용이한 것 같은데, NFT의 희소가치는 어떻게 판단하여야 하나요?
저희 집에도 전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구독자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적은 종이가 있긴 하거든요.
희소가치는 해당 자원의 사용성과 필요성에 묶입니다.
전쟁터에 나와있는 군인에게는 금보다 총알과 식량의 가치가 더 높고, 잠수함에 탑승 중인 연구원에게는 금보다 산소의 가치가 더 높습니다.
희소성이 아무리 높더라도, 사용이 가능 여부와 필요한 정도에 따라 해당 자원의 가격은 변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메타버스 온라인 게임을 '더 재밌게'하는 것엔 특정 아이템(NFT)의 사용성과 필요성이 충족되지만,
메타버스 온라인 게임을 '그냥' 하는 것엔 굳이 특정 아이템(NFT)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면 굳이 더 큰 돈을 지불해서 고가의 아이템을 살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엑시 인피니티의 경우 모든 캐릭터가 전부 다른 생김새와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어 하나하나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곤 하였습니다.
불과 9개월 전까지만 해도 캐릭터의 가격은 개당 약 40만원(최저 가격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는데요,
하나하나의 희소성 자체는 높았으나,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사람에게는 매우 비합리적인 가격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더 저렴한 캐릭터가 있다면 해당 캐릭터를 살 사람이 넘친다는 것이죠.
이는 엑시인피니티 코인(AXS)의 당시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어도, 캐릭터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최저가격 기준으로 오늘(2022년 5월 5일) 캐릭터의 가격은 14,000원, 9개월 간 -96.5%의 가격 하락을 보였습니다.
35억에 거래된 것으로 유명한 첫 트윗의 현재 경매가도 3,800 만원인 모습을 보입니다.
아니, 사용성과 필요성이 희소성이 높은 자원의 가치도 낮추어 버린다면, 예술 작품들은요?
사실 예술 작품도 동일합니다. 다만 예술 작품의 필요성은 주관적인 항목, 즉 "구매자가 해당 작품을 아름답다고 느껴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가"에 있습니다.
Melvin Rader와 Bertram Jessup은 예술 작품의 가치 평가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 제시한 바 있습니다.
1. 형식적 아름다움
2. 독창성
3. 형식의 통일성
4. 경험에 대한 상기
첫 번째 트윗은 이 네 가지 기준의 충족 정도가 높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구매자 마음이기 때문에, 구매자에 따라 소장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이 트윗을 보여드리며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용성, 필요성이 주관적인 소장 용 NFT의 가격도 이만큼 내려 간 상황에서, 사용성, 필요성을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메타버스 게임 NFT가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희소성 하나만을 밀며 영업을 하고 있거든요.
로블록스는 로블록스 팟캐스트 Open Cloud편에서, 향후 NFT를 이용한 리미티드 에디션 아이템들을 만들 것임을 언급하며, NFT거래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한정판 아이템들, 군침이 도시나요? 그런데 한정판 아이템들이 수 십만 개에 달한다면 글쎄요,
엑시 인피니티도 현재 거래되고 있는 70만 개의 캐릭터들이 사실상 전부 한정판에 속합니다.
게다가 로블록스는 Robux라는 화폐가 이미 존재합니다. 당연히 이를 통해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저 '한정판'이 아닐 뿐이죠.
'실제로 로블록스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NFT 출시 이전부터 게임을 잘만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NFT는 흥미를 끌 수 없는 항목이며,
NFT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만이 로블록스 내의 NFT를 거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해석됩니다.
NFT의 가치는 메타버스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
"아이템 가격이 내려간다 하더라도, 이는 그저 가격 정상화에 해당되며 메타버스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반문을 제기해볼 수는 있습니다.
무너지지는 않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크게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은 개발자들의 임금을 NFT로 충당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게임 내에서의 NFT거래가 활성화 되고, 기업이 유저들에게 NFT 아이템을 팔아야 임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가상각이 크게 적용된다는 것을 소비자가 알고 있다면, 동시에 매번 출시되는 '한정판'을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면,
NFT와 메타버스는 지금 당장은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 보이지 않습니다.
로블록스는 타격을 받을 뿐, 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구매 가능한 것이 NFT 뿐인 플랫폼의 경우는 상황이 다를 것입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게임 내에서 사용 가능한 게임 아이템을 판매하기보다, 게임 아이템을 통해서 '소장 가치가 있는 NFT'에 도달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용성과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장 가치가 있는 NFT'는 실질적인 기능을 충족 하어야만 그 가치를 지닐 수 있게 될 것
이며, 이는
메타버스 성장의 중요 키 포인트
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프라인 상에서의 골드바 시리얼 넘버가 NFT화 되거나, 유전자를 NFT화 시키는 등,
NFT를 오프라인 상에서의 공급량과 묶는 것이
NFT가 실질적인 기능을 충족하게 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요?
해당 시스템까지 갖추어진다면 누가 알까요? 대공황의 재 발생으로 기존 화폐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게 되어 소장 가치가 있는 NFT가 다시금 이목을 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