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록이 ESG를 덜 지지하게 된 진짜 이유, 그리고 인플레이션감축법
*2022-08-17 글
ESG는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약자로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의미합니다.
지구가 죽지 않으니 지속 가능하고, 파업을 하지 않으니 지속 가능하고, 자기들끼리 해 먹지 않으니 투자자들이 좋아해서 지속 가능하다는 개념입니다.
그동안 이 ESG 경영의 선두주자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이었습니다.
ESG를 밀어주던 블랙록이 환경 단체의 반발을 사게 된 이유
Sustainability as BlackRock’s New Standard for Investing, Black Rock
블랙록이 ESG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볼까요?
As a result, we are in the process of removing from our discretionary active investment portfolios the public securities (both debt and equity) of companies that generate more than 25% of their revenues from thermal coal production
결과적으로, 우리는 석탄사업의 비중이 총 매출의 25%를 넘으면 그 기업에 대한 증권(채무, 주식 증권 모두)을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제거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협박입니다.
블랙록은 해당 선언문 안에 여러 기업들을 압박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하는 등 ESG에 대해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주며 선두주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블랙록은 ESG의 선두주자가 맞습니다.
그러나 최근 블랙록은 ESG를 밀어주던 행동이 약해졌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블랙록의 2022년 Investment Stewardship에 따르면:
2021년 블랙록이 환경과 사회에 대한 주주 제안 중 47%(81 of 172)를 지지한 이유는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일관되며 가치 창출 전략을 추구하는 경영진에 과한 제약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너지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하는 국가들은 그 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기존, 신재생 에너지 둘 모두에 효과적으로 투자하는 기업들이 수익 창출을 잘 할 것이다.
2022년 주주 제안 중 상당 수는 이전보다 기업에 대해 제약적이며 장기적인 주주 가치 촉진을 저해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당장 환경에 관련해서 압박하지 않는 것이 수익 창출에 좋을 것이니 괴롭히지 말자는 뜻입니다.
참고: 2022 climate-related shareholder proposals more prescriptive than 2021
이로 인해 환경 단체인 Sierra Club에서 블랙록에 예치한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왜 전처럼 안 하냐며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ESG의 오랜 지지자인 블랙록이 자기 마음대로 지지 여부를 바꾸고 싶었을까요?
이러한 변심을 결정하게 된 이유의 핵심은 러우 전쟁입니다.
블랙록이 ESG 규제를 '덜' 지지하게 된 이유
블랙록이 에너지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둘 모두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블랙록의 리서치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리서치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유럽의 높은 러시아 의존성
러우 대치가 장기화되어도 에너지 수출국인 미국은 에너지 비용 부담이 낮을 것이지만(1970년대 원유 공급쇼크 절반수준)
유럽은 가스 공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 중입니다.
위 자료는 GDP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소비에 대한 부담을 의미합니다. 유럽이 미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CB deposit rate: 유럽중앙은행의 예금 금리
2. 유럽의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러시아와의 대치가 장기화 될 경우 유럽은 스태그플레이션1 위험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블랙록은 향후 인플레이션 예상치에 대해 디앵커링2이 발생하는 동시에 중앙은행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 때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당연시되어 금리가 추가적으로 인상된다면 수요 입장에서의 비용 파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러시아와의 대치가 장기화 되면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1.0 ~ 1.5%p 증가하고 성장률은 3%p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3. 미국의 도움이 필요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줄인다면 그만큼 대체제인 천연가스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결론적으로 러우 전쟁으로 인한 공급쇼크는 탄소세와 같은 역할을 해 유럽에서의 Net-Zero3로의 전환을 유발할 것이라고 합니다.
당장 신재생에너지는 유럽의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러시아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기존 에너지(화석연료)의 공급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침 비용 부담이 덜 되는 미국에서 러시아에서 공급 받지 못하는 만큼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 Taking stock of the energy shock
스태그플레이션1: 물가상승과 경기 후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
디앵커링2: 기대감이 고정 된 수준에서 벗어나는 것
Net-Zero3: 온실가스 전체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아지도록 해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러시아가 아닌 미국에서 화석연료를 공급하다 보면, 유럽이 점차 천연가스에 의존하게 되면서 Net-Zero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블랙록은 유럽의 Net-Zero를 위해서 기업 규제를 완화했고요?
저는 논리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목적은 Net-Zero가 아니라 러시아 견제
7월 13일, 어웨어에서 유가가 떨어지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러시아의 상황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명목 상으로만 디폴트 상황인 러시아에게 달러를 빼앗아 오기 위해서는 유일한 달러 수급처인 화석연료를 막아버려야 합니다.
미국은 유럽 편입니다. 그렇기에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유럽에게 그만큼 화석연료를 팔아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화석연료 기업들은 매출을 올리게 됩니다.
이걸 블랙록에서 제재한다고 전면적으로 나오면 기업들이 쉽게 나서지 못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블랙록은 미국 기업들을 견제하면 안됩니다.
이어서 블랙록은 2022년 CEO 연례서한을 통해 다음과 같은 문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지속 가능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환경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가이기 때문이며, 고객들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를 지니기 때문이다.
특정 섹터에서 투자를 철회한다고 Net-Zero가 오는 것이 아니며,
비전이 있는 기업들은 이미 탈 탄소로 변화하고 있고 이러한 기업들에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Net-Zero를 실현시키는 진정한 방법이라고 하였습니다.
쉽게 말해 본인들은 자산운용사이기 때문에 자산운용을 해야하고 ESG는 그저 리스크를 판단할 지표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환경오염이슈가 있던 비트코인에도 투자한 것을 보면 이 태도가 일관성있어보이기는 합니다.
어웨어에서는 이전에 ESG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요약 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 ESG의 평가 기준이 모호
- - 결국 '수익성이 있는가' 와 같은 원초적인 질문이 중요
- - ESG중 환경과 사회 측면은 주가와 독립적
참고: ESG, 이정도는 되어야지
자산운용사의 존재 의의는 투자 수익을 내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러시아 견제와 투자 수익을 위해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이와 함께 추가적으로 함께 볼만한 이슈는 인플레이션감축법입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 16일 바이든의 서명을 받다
우선 미국 텍사스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ESG를 싫어합니다.
텍사스는 석유석탄 사업으로 돈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죠.
Sen. Manchin talks to reporters about ‘Inflation Reduction Act’, Youtube
그러나 조 맨친 상원의원이 기후법안(Climate bill)의 편을 서기 시작하면서 상원의원 과반수가 기후법안의 지지자가 되었습니다.
8월 1일에 캐시플로우에서 전해드렸던 내용입니다.
그렇게 기후법안은 7일 상원의원을 거쳐 12일 하원에서 가결되고 16일 바이든이 서명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플레이션감축법입니다.
참고: The Inflation Reduction Act Is a Climate Bill. Just Don’t Call It One.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 1. 메디케어 혜택 확대: 무료 백신(2023년), 월 35달러 인슐린(2023년), 약 값 4,000달러 이하로 제한(2024년) 후 2,000달러로 안정화(2025년)
- 2. 에너지 요금 인하: 연간 50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에너지 요금 절감
- 3. 기후 투자: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약 40%까지 감소
- 4. 의료 비용 절감: 건강보험시장(ACA) 등록자가 지불하는 비용 연 평균 800달러 절약, 사회보장제도로 향후 10년 간 100종의 약 값 절감, 제약 회사가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상 시 보상
- 5. 제조업 일자리 창출: 600억 달러 이상 투자, 새로운 국내 친환경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
- 6. 불리한 지역사회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600억 달러 투자
- 7. 부유층이 사용하는 세금 허점 해소: 법인세 최소 15%, 자사주 매입 수수료 1%, 국세청(IRS) 시행권 향상
- 8. 400,000달러 이하 매출의 가족 및 소규모 기업 보호
요약본에는 2030년을 목표로 탄소배출량을 40%까지 줄일 것이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8가지 내용 중 절반이 환경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The 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 Summary
조 맨친의 기자 취재 내용에서도 대부분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감축"은 정치적인 네이밍이며 실체는 환경에 대한 법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는 인플레이션감축법안의 이름이 잘못 지어졌다고 전하는 야후 파이낸스의 기사입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에 있는 환경 세제혜택은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반박입니다.
참고: Why the Inflation Reduction Act is called what it is
인플레이션감축법안도?
CO2 Emissions by Country 2022, worldpopulationreview.com
여기서부터는 제가 어웨어 구독자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질문입니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환경 법안(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과시킨 이유에 러시아 제재가 포함될까요?
각국의 탄소 배출 비중은 다음과 같습니다.
- 1. 중국: 30.34%
- 2. 미국: 13.43%
- 3. 인도: 6.83%
- 4. 러시아: 4.71%
- 5. 일본: 3.03%
번외: 한국은 1.71%으로 8위에 위치합니다. 놀랍네요.
러시아의 탄소 배출량은 5 손가락 안에 드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에 비해 화석연료의 수출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에서 나오는 탄소는 유럽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ESG의 강력한 지지자인 블랙록도 별 말 없을 것입니다.
고민해볼 만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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