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비즈니스] 메타버스에서 미래를 보았고, 현실을 보지 못했다

SUNGWOO BAE
PRO

2023-02-06 · 9 MIN READ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버스를 향한 발걸음, 현황과 허들

*2022-08-22 글


The Metaverse and How We'll Build It Together -- Connect 2021, Youtube


메타(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와 사랑에 빠진 것이 틀림없습니다.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 이후 거액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등 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미래'를 실현시키고 싶어하는 티가 엄청 나기 때문입니다.



어딘가 부족한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세상



Mark Zuckerberg's introducing Horizon World, Facebook


최근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저커버그는 프랑스와 스페인에 Horizon World를 출시했다며 사람들이 이 세계를 만들고 탐험하고 다양한 나라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을 게재하였습니다.


그런데 저커버그가 올린 메타버스 세계의 상태가 조금 이상합니다.

프랑스의 에펠탑과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함께 있는 모습입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 사그라다 파밀리아


참고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원래 이렇게 생긴 건축물입니다.

메타버스 속 건축물은 너무 허접했고, 두 건축물 뒤에는 숲을 표현한 듯한 거대한 녹색 엉덩이들이 줄 지어있는 모습입니다.


이 게시물 하나로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세상은 매우 큰 우려를 만들었습니다.



Community Spotlight, oculus.com


메타의 메타버스 세상에는 다리도 없습니다.

제가 메타플랫폼즈의 투자자라면 엄청 큰 충격을 받을 것 같습니다.


  1. 1. 메타는 가상현실부문에서 6월 말까지 28억 1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 2. 한 번도 장부 상 부채가 없던 대기업이었지만 채권 공모를 결정했습니다.
  3. 3. 내년 직원 감축 계획까지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찰흙으로 만든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둥둥 떠다니는 상반신입니다.


Horizon Safty Video, Youtube


아직 제품이 초기 상태이니 다리는 나중에 생길 것이라 보기에는, 생긴다 한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차단, 신고 기능 등을 안내하는 영상 내의 사람들은 보시다시피 이미 다리가 없습니다.



메타버스를 사랑하는 이유, 그리고 가상세계에서 중요한 것


저커버그가 메타버스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미래는 첫 번째 영상에서 전부 보여지고 있습니다.

사람들끼리 모여서 놀 수 있고, 친구와 활동적인 게임을 할 수 있고, 운동을 할 수 있고, 일, 교육, 제품 판매까지

이 모든 것을 가상 세계 안에서 할 수 있다는 비전입니다.


인도어(Indoor)와 아웃도어(Outdoor)의 경계를 허물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이 메타버스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고, 저커버그는 이 부분에서 미래를 본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실내외를 아우르는 메타버스 내에서 활동을 한다면 메타버스는 무궁무진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Feel the future of VR with Dexmo Haptic Gloves, Youtube


역설적으로 가상현실은 현실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메타버스를 경험하고 싶게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의 긍정적인 경험을 끌고 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메뉴는 호기심을 끌어내는데 그치지만, 이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메뉴는 지갑을 열게 만드는 것처럼요.


현실의 긍정적인 경험의 많은 부분은 감각의 영향을 받습니다.

친구와 만나서 술을 마시면 취기가 올라야 하고 좋은 날씨에 운동을 하러 나가면 햇볕과 바람이 느껴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메타버스로 가지고 오기 위해서는 감각은 불가결한 요소가 됩니다.


위 영상은 현실성을 위한 장갑을 사용하는 모습입니다.


저 장갑은 $ 5,000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화로 670만 원에 달합니다.


아직은 670만 원 짜리 장갑을 사용하는 것보다 문 밖으로 나가서 걷는 것이 더 저렴합니다.


Meta Quest 2, Meta


장갑에 670만 원을 쓰지는 못하지만 메타버스를 체험하고 싶은 고객들은 있을 수 있으니, 매출을 위해서 현실성은 잠깐 포기하겠습니다.

손의 감각을 포기하면 단돈 56만 원에 메타버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해당 VR고글의 무게는 17.7oz = 501.8g입니다.

500그램을 상상해본다면 생각보다 가볍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지만, 목으로 그 무게를 드는 순간 인식이 바뀔 것입니다.



Cervical spine injury after virtual reality gaming: a case report, BMC


VR 리듬 게임을 하다가 7경추에 골절이 간 환자에 대한 리포트입니다.

해당 환자는 질환이 없었고, 약물 사용 경력도 없으며, 척추 기형에 대한 기록도 없는 건강한 31세 남성입니다.

넘어지지도 부딪히지도 않았지만 골절이 생겼습니다.


BeatSaber 플레이 영상, Youtube


2019년 기타 추간판장애 환자의 진료비부담금은 총 5012억 원입니다.

이 환자들은 평소에 척추에 무게추를 달아 놓고 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디스크 장애가 발병합니다.


VR 기기가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의 목은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아도 자세 만으로 디스크가 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VR고글의 무게 중심은 앞 쪽에 쏠려있어 목이 받는 하중이 명시된 무게보다 클 것입니다.


장기간 착용은 큰 무리가 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메타의 메타버스 영상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옵니다.


친구와 노는 것, 활동적인 게임, 운동, 일, 교육, 제품 판매


적어도 1시간 이상은 걸리는 활동들입니다.



저커버그가 원하는 메타버스를 위해서는 VR 고글이 훨씬 가벼워져야 하고, 현실성을 돕는 기기들의 가격은 훨씬 저렴해져야 하며, 메타버스 속 세계 속 디자인은 신경 써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 한 개의 제품을 위한 기술력보다 대량 생산과 보급화를 위한 기술력의 확보가 훨씬 어렵습니다.

핸드폰은 이미 모두가 사용하고 있었기에 페이스북이 퍼질 수 있었지만, VR기기 없이는 메타버스를 제대로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메타버스의 보급화와 메타의 몰락, 둘 중 어느 쪽이 더 빠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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