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되는 엔화가치 하락, 그럼에도 총재가 하는 말은 '진행시켜!'
*2022-10-10 글
유일한 마이너스 금리, 일본
전세계 국가들이 금리를 급하게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세계은행이 우려할 정도로요.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이 대출을 쉽게 받고 돈을 쉽게 써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금리(돈을 빌리는 비용)를 올려 수요를 죽여야 한다!
미국이 금리를 자꾸 올린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 채권 금리가 더 높으니 돈이 다 미국으로 간다!
우리나라 돈을 팔고 달러를 사니 우리나라 화폐 가치가 낮아진다!
그렇다면 우리도 금리 올려 낮아지는 화폐 가치 보호해야 한다!
Summary of current interest rates of a large number of central banks, global-rates.com
그런데 일본중앙은행(BOJ)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 중인 모습입니다.
일본중앙은행은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왔습니다.
구로다 하루히코는 2013년 3월 BOJ 총재로 취임 이후 일본을 디플레이션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는 하나의 사명을 가지고 완화적인 정책을 고수해온 인물입니다.
극한의 비둘기인 총재 덕에 현재 일본은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국가에 이르게 됐습니다.
디플레이션: 한 국가의 경제에서 재화와 용역의 일반적이고 지속적인 물가의 하락
비둘기: 매파의 반의어, 돈을 많이 풀어내는 완화적인 성향
아니, 그럼 인플레이션이랑 환율은?
World exchange rate against USD (YoY), CNN
우리는 다음과 같이 알고 있습니다:
- 1.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의 가치가 오르고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화폐 가치가 평가절하된다.
- 2. 그렇기 때문에 자국 통화가 평가절하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
- 1. 원자재 가격이 높아져 물가가 많이 오른다 = 인플레이션
- 2.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
...일본은 시큰둥 하던데요?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1년 새 29.5%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엔화가 저렴해졌는데, 이참에 수익성 좋은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고 성장시켜야겠다"
BOJ의 총재인 구로다 하루히코는 오히려 성장에 집중하자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제발 와줘
BOJ's JGB holdings, Bloomberg
일본이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함입니다.
무제한으로 화폐를 공급하는 아베노믹스에 이어, 낮은 금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시중에 돈을 많이 풀겠다는 의미입니다.
BOJ는 국채를 사들이며(=국채를 받고, 현금을 줄게) 화폐를 공급하는 과정을 통해
보유한 전체 자산 736조 엔 중 526조 엔(5,128조 원)이 국채가 되었습니다.
이 규모는 전체 국채 발행량의 절반 수준,
그리고 일본 경제 규모 전체에 이르는 수준입니다.
국채: 국가가 발행한 채권
채권: 만기일에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빚 문서
Inflation and GDP of Japan, Financial Times
이렇게 까지 하는데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돈을 하늘에서 뿌리고, 금리도 마이너스인데 도대체 전세계가 걱정하는 인플레가 일본에 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본이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비결'은, 버블에 대한 경험입니다.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거세진 인플레이션처럼, 기업들은 '보통은'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깁니다.
후드티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가격이 $1 더 들어가니까, 후드티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이 비용도 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비용 부담 전가가 쉽지가 않습니다.
1980년대 일본 자산 버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 이후,
전국민의 뼛 속 깊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버블 이후 소비자들은 투자와 소비에 대해 매우 냉담해졌고, 가격 인상 한번 잘못했다가 욕만 호되게 먹을 수 있습니다.
avg.wages in USD, Nikkei Asia
결국,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에 신경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직원들은 일하는 수 십 년 동안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을 합니다.
받는 돈이 그대로이니 구매력도 변하지 않고, 물가가 오르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입니다.
일본은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돈을 뿌리는 방법을 통해 인플레를 두 팔 벌려 맞이해야 합니다.
일본 부채, 걱정되는데
생산성이 낮은 일본의 현 부채 상황은 아래와 같은 우려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1. 신뢰 상실로 촉발되는 자금 유출
엔화의 가치가 내려가고 있습니다.
엔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내려가기만 한다면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 자산에 대한 신뢰를 잃고 도망가버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해외투자자들이 엔화를 다 팔아버려 엔화 가치는 더욱 더 내려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2. 부채 해결을 위한 통화 발행으로 유발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일본에 쌓인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일본은 화폐를 찍어내게 될 것인데,
엔화 공급 증가로 인해 엔화 가치는 더욱 더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입니다.
일본 국채는 '엔화표기채권'입니다.
만약 달러로 표기되어 있었다면, 만기 시에 달러로 갚아야 합니다.
달러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금액을 갚으려 해도 더 많은 엔화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상환 부담이 증가합니다.
그러나 일본 국채는 엔화로 표기되어있기 때문에 만기 시에 엔화로 갚으면 됩니다.
달러로 갚을 필요가 없으니,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내려간다 한들 상환 부담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구조적으로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엔화 표기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상환 요청을 하면 직접 엔화를 새로 발행해서 상환하면 되고,
투자자들은 이를 알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에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발언이 이해가 됩니다.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해외의 모든 국가들과는 다른 양상의 문제를 겪고 있고, 디플레이션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와 소비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하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강하게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세 줄 요약:
- 1.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전세계 중앙은행, 그러나 '일본만' 마이너스 금리
- 2. 일본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원하는 상황, 자산버블 이후로 전국민이 투자와 소비에 대해 의기소침해졌기 때문
- 3.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는 내려가는 중이지만, 일본 국채는 엔화로 갚으면 되기 때문에 엔화 가치가 낮아져도 금리를 올리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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