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수합병] 통곡하는 주주들, 안심하라는 네이버: 인수에 숨겨진 목적은?

SUNGWOO BAE
PRO

2023-02-06 · 18 MIN READ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 합리적인 판단인가

*2022-10-13 글


네이버, 지갑 탈탈 털어 포쉬마크 인수, 투자자들의 불안에 대해서는 "심려하지 말라"


10월 4일, 네이버가 포쉬마크를 16억 달러(한화 2조 3441억 원)에 지분율 100%로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가 22년 6월(IFRS 연결)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 8971억 원입니다.

이는 포쉬마크 측에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 5.8억 달러를 제외해도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의 75%에 해당하는 대규모 계획입니다.


네이버의 주가는 발표 당일 8.79%, 그 다음날 7.08%의 가파른 하락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의 최수연 CEO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너무 심려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포쉬마크는 당근마켓과 인스타그램이 섞인 중고 거래 소셜미디어



포쉬마크 사용화면, poshmark.com


포쉬마크는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입니다.

옷, 가구, 전자 제품 등을 거래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와 같은 모습입니다.


'네이버가 하는 일'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검색엔진, 콘텐츠, 이커머스, 핀테크, 클라우드, 메타버스..?


중고 거래 플랫폼 인수, 커머스 때문일까요?

네이버는 '포쉬마크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도 했습니다. 무슨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일까요?


인수 설명 자료를 살펴보며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참고: 네이버 포쉬마크사 인수 관련 IR자료




네이버가 설명하는 네이버의 강점은:


#1. 검색엔진과 커머스 시장 둘 모두 잡았다


미국과 일본은 구글로 검색하고 아마존으로 주문,

중국은 바이두로 검색하고 알리바바로 주문,

그러나 한국은 검색과 커머스 시장 모두 네이버가 차지했다는 설명입니다.

#2. SMB(Small and Medium Businesses, 중소사업자)커머스 활성화


SMB 커머스는 중소 규모 사업자들의 커머스를 의미합니다.

전자상거래로의 형태 변화에 따라 개인사업자들의 커머스 시장 진입도 원활해졌습니다.

네이버는 개인 간 거래가 전부인 포쉬마크에 라이브커머스 등을 추가해, 덩치가 더 큰 플레이어들의 진입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입니다.


#3. AI 및 검색 알고리즘


사용자 정보 수집에 유리하고, 이를 통한 맟춤형 상품 추천이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네이버가 설명하는 포쉬마크의 강점은:


#1. 소셜미디어 Look-alike


소셜미디어와 같은 구조의 포쉬마크이기 때문에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것입니다.

사용자들의 긴 평균 사용 시간이 이를 입증합니다. (하루 평균 사용 시간 25분)


#2. 리커머스 시장에서의 입지


빠르게 성장하는 리커머스 시장에서 포쉬마크는 많은 사용자 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StockX(4.8M), THREDUP(3.8M), GOAT(2.5M), depop(1.9M), The Real Real(1.5M)

경쟁사들에 비해 포쉬마크(18.4M)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의 월 평균 사용자 수를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3. 높은 수수료로 인한 마진 구조


포쉬마크는 8백 만 명의 구매자와 4.5백 만 명의 판매자로부터 20%의 거래수수료를 수취,

매출 총 이익률 85%에 이르렀습니다.




네이버 + 포쉬마크 = ?


그래서 결론적으로 네이버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습니다.

포쉬마크는 많은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쓰더라, 이건 소셜미디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말 휼륭한 중고거래 플랫폼이야!
우리(네이버)의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바르면 성장 포텐셜이 기대되겠는데?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과 중소 규모 기업 유입 활성화 등의 강점을, 성장하는 시장 속에서 잘되고 있는 플랫폼과 융합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번 인수로 낮아질 수 있는 네이버의 신용등급을 우려했습니다.

네이버가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왜, 굳이,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인수를 했는지는 아직 의아합니다.


참고: S&P "네이버, 포쉬마크 인수로 신용등급 'A-' 유지 여력 감소", 연합인포맥스



네이버는 왜 인수를 결정했는가




쿠팡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입니다.


네이버 김남선 CFO는 포쉬마크 인수에 대해 쿠팡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쿠팡도 창업 이래 지금까지 흑자를 낸 적 없을 정도로 커머스는 수익 내기가 어렵다."
"중고거래 과금 모델이 성공한 적 없었는데, 포쉬마크는 작년까지 흑자를 낸 기업"

출처: 인수자금만 2조3441억…네이버, 왜 하필 美 패션 중고거래 업체야? [방영덕의 디테일], 매일경제



2021년 e커머스 국내 시장 점유율, 메리츠증권, 어웨어


😑 '당연히 커머스하면 쿠팡이 떠오르니까 쿠팡을 언급했겠지'


한국에서는 e커머스 시장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이 없습니다.

아마존이 41%를 차지하는 미국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쿠팡을 떠올리는 이유는 쿠팡이 광고를 쏟아내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김남선 CFO는 쿠팡을 단순히 '광고를 많이 해서 잘 알려졌기 때문에' 언급한 것이 아닙니다.

'광고를 잘 하기에 수익성이 더 좋아질 수 있는' 기업이어서 언급한 것입니다.


쿠팡은 e커머스에 광고를 묻히면 수익성이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습니다.


참고: 쿠팡이 흑자전환 할 수 있는 이유: 쿠팡은 '네이버'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네이버도 알고 있습니다.


올해 및 중장기 마진에 대해서 부연 설명드리면, 2021년에 기록한 영업수익 6조 8천억 가운데 전체 한 60%, 65% 정도에 해당되는 것이 광고형 매출이다. 이 광고형 매출은 과거 네이버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매출로, 이 부분에 대한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지금 매출 성장률이 좀 더 높은 부분들은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등이다. 이 부분은 아직 투자가 이루어져야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낮은 편이다.

- 네이버 박상진 CFO, 2021년 4분기 컨퍼런스 콜 中


네이버는 사업부 별 성장률을 봤을 때는 커머스보다 핀테크, 콘텐츠, 클라우드 성장률이 더 높지만 마진율이 아직 낮은 편이라고 설명합니다.

영업 수익 절반 이상이 광고 매출이고, 이 광고 매출은 e커머스에서 극대화될 수 있음을 알고 있는 눈치입니다.


AI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구독 상품 추천을 강화하여 더 빠르게 확산시킬 계획이다. 이렇듯 차별화된 솔루션 라인업을 계속 확충하며, 기존 광고, 수수료 중심의 수익모델을 중장기적으로 솔루션까지 확장해 나가겠다.

-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 2021년 4분기 컨퍼런스 콜 中


기술력 기반, 광고 및 수수료 중심 수익 모델?

아까 포쉬마크와의 시너지 이야기와 일맥상통합니다.


김남선 CFO가 "쿠팡도 흑자 낸 적 없는데 포쉬마크는 흑자 냈다"고 언급하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광고 경쟁을 하는 와중에 우리는 포쉬마크의 수수료 모델로 플러스 알파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쯤에서 중간정리를 하자면, 다음과 같이 핵심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 - e커머스 시장이 광고 매출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음
  • - 국내 e커머스 시장은 다양한 기업이 동등한 점유율로 경쟁 중인 상황
  • - 쿠팡과 광고 경쟁을 하는 동시에, 포쉬마크는 광고 뿐만 아니라 수수료도 수취할 수 있음



쿠팡과 광고 경쟁을 하려고 한다는 것, 그리고 광고를 위해 e커머스 시장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물어볼 수 있습니다.

'왜 포쉬마크를 인수했을까?'


첫번째 '왜'가 무슨 생각으로 돈을 썼냐라는 의미였다면

두번째 '왜'는 포쉬마크인 이유가 궁금하다는 의미로 질문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왜 포쉬마크를 선택했는가


네이버가 포쉬마크를 선택한 이유는 네이버는 쿠팡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포쉬마크를 선택한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포쉬마크의 수수료 모델 때문일 수 있지만,

수수료 모델은 부가적인 요소이고 핵심은 광고입니다.

많은 사용자가 실제로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아이쇼핑은 해야 합니다.


쿠팡은 많은 직매입 상품들을 구비해 놓고 탄탄한 인프라로 트래픽을 유도하며 광고 매출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는 물류 및 배송 인프라를 전부 구축해 놓은 쿠팡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물류가 없는 네이버는 이를 뒤늦게 구축하기엔 쿠팡의 성장세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 입니다.

쿠팡을 뒤늦게 따라해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는 제 2의 쿠팡일 뿐입니다.


물류와 배송을 동시에 해결하는 정말 간단한 방법이 있었으니, 중고 거래입니다.

이는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물류에 대한 걱정이 없으며, 배송에 대한 불만은 기업에서 개인으로 전가 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인수 후 예상되는 포쉬마크 추가 기능과 광고 위치, poshmark.com, 어웨어


그리고 포쉬마크는 광고를 자연스럽게 추가하기에 적합한 모습입니다. 소셜미디어처럼 생겼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쌓아온 데이터를 참고한다면 어느 항목에 광고를 달아야 효과가 좋을지 너무나 명확해집니다.



인수가 성공적인 결과가 되기 위한 조건

해당 인수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 조건들의 난이도에 따라 리스크가 결정됩니다.


#1. 콘텐츠로 아마존의 검색 기능을 이겨라


아마존을 구글보다 먼저 찾는 비중이 높아지는 트렌드
이 앱, 저 앱을 오가며 시간을 버리느니 몇백원, 몇 천원 더 내더라도 아마존에서 한꺼번에 시키는 게 낫다는 심리

- 쿠팡이 흑자전환 할 수 있는 이유: 쿠팡은 '네이버'이기 때문이다.


포쉬마크로 광고 매출이 잘나오기 위해서는 트래픽이 발생해야 하고,

이 트래픽을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이 있어야 하며, 다양한 상품을 위해서는 판매자가 많아야 합니다.

이 판매자들은 개인(+자영업자)입니다. 네이버의 주도권 하에 있지 않고, 유동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미국에서 경쟁하려면 상품의 다양성이 아마존 급으로 다양해야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습니다.

솔직히 어렵습니다.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을 넣는다 한들, 미국인들의 '구글보다 아마존을 먼저 찾는 심리'를 이길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방문자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오래 머무를 수 있어야 합니다.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2. 포쉬마크의 수수료를 빼고 당근마켓을 이겨라


우선 포쉬마크를 국내에서도 런칭해 해외 경쟁자를 배제한다는 가정입니다.

국내에서 승부하기 위해서는 당근마켓을 이길 필요가 있습니다.


쿠팡이 아니라 당근마켓을 언급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중고 거래를 사용하는 이유는 실용적인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는 커머스 시장과는 다른 니즈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물류와 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을 비틀어 리커머스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쟁자도 바꾸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당근마켓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수료는 없어야합니다.

현재 포쉬마크는 20%의 거래 수수료가 있습니다.


수수료가 존재한다면 실용적인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포쉬마크가 국내로 들어오기 이전 StockX, THREDUP, GOAT, depop, The Real Real과 경쟁할 때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해당 경쟁자들은 전부 거래 수수료가 있지만, 당근마켓은 거래 수수료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포쉬마크가 국내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거래 수수료를 제외하고 당근마켓보다 많은 이용자 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수료를 제외하지 않고 국내 리커머스를 선점한 당근마켓보다 많은 이용자 수를 확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다시 한번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결론


포쉬마크 인수,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한 것은 맞습니다.

당근마켓이 2021년 시리즈D 투자유치에서 기업가치를 3조로 인정받은 것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를 2조 3441억으로 인수했습니다.


당근마켓의 투자 유치 당시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600만 명

포쉬마크의 IR자료 상 활성 구매자 수는 800만 명, 활성 판매자 수가 450만 명


그러나 인수를 끝냈다고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오고, 알아서 거래를 하며, 알아서 매출을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네이버의 '시장을 통찰하는 능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세 줄 요약:


  1. 1.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는 쿠팡과 광고 경쟁을 하기 위한 것이 목적
  2. 2. 네이버는 포쉬마크를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한 것은 맞음
  3. 3. 합리적으로 인수한 것과 앞으로 잘되는 것은 다른 문제: 콘텐츠로 해외에서 입지를 다지거나, 수수료를 빼고 국내에서 경쟁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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