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밀고 있는 Burnt Hair 향수에 숨겨져 있는 그의 속마음

*2022-10-19 글

소설 원작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주인공 장바티스트 그르누이는 선천적으로 후각이 뛰어났고,

특별한 향이 나는 사람을 홀린 듯 따라다니며 그들을 향수의 재료로 사용합니다.

세계 최고위급 기술 회사 대표도 매혹 된 듯 이 향을 따라가는 중입니다.

자동차를 만들고, 인공위성을 만들고, 로봇을 만드는 일론 머스크가요.

10월 9일, 곧 출시하는 향수라고 트위터에 업로드한 일론머스크, Twitter

일론머스크의 TheBoringCompany는 Burnt Hair라는 이름의 향수를 병 당 100달러, 한화 145,000원에 판매 중인 모습입니다.

갑자기 향수를요? 정말 뜬금없는 모습입니다.

향수 회사? 사실 아니야

이 기업은 사실 향수 파는 기업이 아닙니다.

하이퍼루프를 위해 터널을 뚫는 기업입니다.

2012년 일론 머스크는 정말 빠른 이동수단이 될 수 있는 '하이퍼루프'의 구상을 공개했습니다.

공기 저항 없이 다닐 수 있는 적당한 진공 상태의 긴 터널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적당한 진공 상태의 긴 터널을 뚫는 기업이 바로 일론 머스크의 TheBoringCompany입니다.

TheBoringCompany의 Boring이 '지루한'이라는 뜻이 아니라 '드릴로 뚫은 구멍을 크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뜻의 Boring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기업은 SpaceX의 자회사로 설립되어 2018년 독립적인 회사가 되었고,

일론머스크의 지분율은 90%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이 기업에서는 터널을 뚫을 뿐만 아니라

향수, 그리고 좀비 아포칼립스를 대비하기 위한 화염방사기를 판매하기도 하는 모습입니다.

The zombie apocalypse may not have arrived, but we are always preparing for the future.

아직 좀비 아포칼립스가 도래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항상 미래를 준비합니다.

-TheBoringCompany 홈페이지 화염방사기 소개 글, TheBoringCompany

일론머스크의 해명, Twitter

"화염방사기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해 내가 몰래 좀비 아포칼립스를 만들고 있다는 루머는 완전히 거짓말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홈페이지에 올린 소개 글 때문에 루머에 휩쌓이기도 했는데요,

해당 트윗의 리트윗은 8만 회로 일론 머스크가 SpaceX의 기술력에 대해 언급하는 트윗보다 4배는 더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렇듯 TheBoringCompany는 본래 하이퍼루프를 위해 터널을 뚫는 기업이지만,

한편으로는 일론 머스크를 위해 용돈을 만들고 잔심부름을 하는 기업처럼 보입니다.

"I started The Boring Company as a joke, but now it’s digging real tunnels!"

"농담으로 The Boring Company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진짜 터널을 파고 있네!"

- Jul 18 2020, Elon Musk

"I have this, it's sort of a hobby company, called The Boring Company, which started out as a joke," 

"TheBoringCompany는 농담으로 시작한 취미 같은 것이었습니다."

- Joe Rogan Experience #1169 - Elon Musk

다시 돌아와서, 일론 머스크는 향수를 왜 판매하는 것일까요?

아무리 농담으로 시작한 기업이라 해도 여전히 향수 판매는 뜬금없습니다.

향수 사주세요, 제가 인수할 수 있도록

일론머스크의 트위터를 살펴보면 심심치 않게 Burnt Hair 향수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한 트윗이 눈에 띕니다.

"Please buy my perfume, so i can buy Twitter"

"제가 트위터를 인수할 수 있도록 제발 제 향수 좀 사주세요"

- Oct 13 2022, @Elon Musk, Twitter

일론 머스크의 향수의 판매 목적이 트위터 인수에 있다고 언급한 트윗입니다.

이에 이어서 28,700병이 판매되었고, 1,300병이 남았다는 트윗도 남겼습니다.

28,700병이면 매출이 41억 6,000만 원

다 판매된다면 43억 5,000만 원, 총 300만 달러에 이르는 금액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세계에서 손에 꼽는 부호인데, 이 300만 달러가 부족해서 인수를 못하고 있는 걸까요?

일론 머스크 vs 트위터 : 공방 내용 정리

우선 트위터 인수와 관련해 일론 머스크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4월 14일

"나는 트위터의 잠재력을 해방시킬 수 있는 적임자"

4월, 일론 머스크는 한 주 당 54.2달러, 총 440억 달러 규모로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의 주식을 대규모로 매입한 뒤,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트위터의 주식을 전부 팔아버릴 것, (당시 지분율 9.2%)

이는 협박이 아니라 필요한 변화가 없다면 좋은 투자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에게 이사회를 권했지만 주주는 이사회가 아니라 회사의 주인이라며 거절했고,

결국 4월 25일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와 함께 인수 계약에 서명했습니다.

2022년 5월 13일

"전체 계정 중 스팸 계정의 비율이 5%미만이라는 계산이 없는 트위터는 인수가 보류될 수 있다."

스팸 계정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시점입니다.

이날 일론 머스크는 인수에 전념하고는 있으나 인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며

트위터 인수 가격을 협상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22년 7월 8일

"트위터가 계약 사항의 여러 조항에서 중대한 위반을 했다."

4월 25일 인수 계약 서명 후 일론 머스크는 3달 만에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서한을 전했습니다.

7월 8일 서한 전문: SEC.gov - Twitter

• - 트위터의 mDAU₁ 내 허위 및 스팸 계정을 판단하기 위한 샘플링 과정과 그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 - 이들을 식별하고 정지 시키기 위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 - mDAU의 일일 측정 값을 제공하지 않는다.
• - mDAU를 계산하는 방법에 대해 불완전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 - 재무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전달해야 하나, 트위터는 이사회 프레젠테이션 pdf사본만 제공했다.

*mDAU1 : 수익화 가능한 일간 활성 이용자 수, monetizable Daily Active Users

요약하자면:

트위터의 매출이 전부 광고에서 나오는데

트위터의 실제 사용자 수 중에서 스팸 계정과 봇 계정이 어느 비중인지 알기가 어렵고, 재무 정보도 안 알려줘서 계약 못하겠다는 뜻입니다.

트위터 측은 인수합병 계약에는 가짜 계정에 대한 내용이 없었고 이를 판단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데

이러한 방식의 인수 유예는 당사의 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하였습니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가 인수 유예를 하지 않도록 재판을 요청했고, 10월 17일 첫 공판이 예정되게 됩니다.

2022년 10월 4일

일론 머스크가 공판을 앞두고 인수를 철회 결정을 번복했습니다.

위약금 10억 달러와 소송 비용 및 시간 vs 440억 달러 트위터 인수하기

트위터 인수가 나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와 트위터 간 소송은 민사 소송이며 델라웨어 형평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이 형평 법원은 배심원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트위터는 법원과 관계가 깊은 로펌들을 이용했고,

재판을 늦춰 달라는 일론 머스크와 재판을 빠르게 진행시켜 달라는 트위터의 요청 중 법원이 트위터의 요청을 들었다는 것은

형세가 이미 트위터 측으로 기울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트위터가 빠른 재판을 원하는 이유는 유예에 따른 주주들의 손해,

일론 머스크가 느린 재판을 원하는 이유는 인수 자금 조달 기간이 충분히 남아있고(2023년 4월 25일), 해당 재판은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형세가 트위터 측으로 기운 것이 아니라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법원에서는

1. 1. 실제로 트위터가 계약을 위반했는가
2. 2. 일론 머스크의 계약 파기 통보는 정당한가

위 두 가지 사항에 대해 공방이 펼쳐질 예정이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민사소송에서 트위터의 봇 계정이 mDAU 중 5%이상인 것을 입증해야 하고,

이 봇 계정이 44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파기할 만큼 중대한 사항임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불리한 싸움이었고,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형평 법원은 10월 28일 까지 트위터 인수를 마치라고 명령했고, 완료되지 않을 시 재판이 시작되게 됩니다.

테슬라 지분, 지금 팔기 싫은 일론 머스크

인수 계획 발표 시점부터 테슬라 트위터 주가 추이 비교, TradingView, 어웨어

필자는 일론 머스크의 향수 구매 요청이 그의 속마음을 대변했다고 해석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보유 중인 테슬라 지분을 팔아야 합니다.

그는 이미 테슬라 주식을 150억 달러 치 매각했고, 130억 달러는 대출, 70억 달러는 투자로 유치한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으나

트위터 인수에 필요한 440억 달러를 위해서는 아직 90억 달러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향수 팔아 모은 300만 달러는 90억 달러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트위터 인수하게 향수를 사달라"고 말한 속내에는 조금이라도 지분을 덜 매각하고 싶은 마음으로 해석됩니다.

테슬라의 3분기 실적은 10월 19일 장 마감 이후 발표됩니다.

한국 기준으로 발표 시간은 20일 오전 5시 5분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지분을 매각한다면 실적 발표 이후가 될텐데,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내려간다면 일론 머스크는 인수를 위해 더 많은 지분을 매각해야 합니다.

테슬라의 CEO는 테슬라의 실적 발표가 두려운 것일까요?

세 줄 요약:

1. 1. 일론 머스크가 본인의 기업을 통해 향수를 판매하는 중, 목적은 '트위터 인수를 위해서'라고 언급
2. 2. 10월 28일 까지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재판 회부, 인수를 위해서는 테슬라 지분 90억 달러 추가 매각 필요
3. 3. 향수를 사 달라는 트윗은 조금이라도 지분 매각을 덜 하고 싶어하는 모습, 그는 실적 발표가 두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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