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경제/이슈

무너지고 있는 360조원짜리 AT1 채권시장

RYUNSU SUNG
PRO

2023-03-20 · 6 MIN READ

Credit Suisse의 펀드 매니저들은 어떤말을 했을까?

좋은 저녁입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크레디트스위스 그룹이 UBS 그룹과의 긴급 합병으로 은행에서 가장 위험한 채권 (AT1)이 상각되면서 4조 달러 규모의 유럽 은행 채권 시장의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금융 규제 기관인 Finma는 일요일 성명에서 160억 스위스프랑(약 173억 달러)의 Additional Tier 1 (AT1) 채권이 완전히 상각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크레딧 스위스도 성명에서 이 결정에 대해 언급하면서 Finma로부터 해당 채권이 "0으로 상각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우발적 전환사채 또는 CoCo 채권이라고도 하는 AT1 채권은 금융 위기 이후 은행의 위험을 납세자에게서 채권 보유자에게 이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또한, 크레디트 스위스를 비롯한 자산운용사와 은행이 채권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마케팅하는 인기 있는 투자 상품이 되었습니다.


Additional Tier 1 채권은 '신종자본증권'의 한 종류로 채권이지만 은행의 '자본'으로 인정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채권은 자산 및 부채 항목에 계상되는데 말이죠.


물론 이는 은행 입장에서의 장점이고요, CS (Credit Suisse)가 UBS에 매각되면서 기존에 CS가 발행한 AT1 채권 전액인 약 173억 달러 규모의 채권이 0원으로 상각되었습니다.


이론적으로 채권자 (Bond holders)들은 주주 (Stock holders)보다 회사의 재산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게 되는데, AT1 채권은 그렇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는걸 이번 CS의 인수 합병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문제는 CS를 비롯한 여러 은행, 자산운용사들이 채권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투자 상품으로 AT1 채권을 팔았다는데 있겠죠.


AT1 채권은 2008년 대 금융위기 (Great Financial Crisis)이후 정책가들이 은행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입니다. 방대한 대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은행들 입장에서 '건전' 하다는건 "자기자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자기자본을 늘리려면 수익을 엄청 많이내거나, 증자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은행 입장에서 수익을 엄청 많이 낸다는 뜻은 그만큼 큰 리스크를 지고 투자 (대출)를 해야 된다는 뜻이기에 현실적으로 어렵고, 증자를 하자니 주주들이 자신의 지분가치가 희석 되는것을 반대할 것이니, 이런 신종자본증권의 발명이 반가웠겠죠. 빚을 자본으로 인정해주니까요.


이렇게 해서 전세계에 발행된 AT1 채권의 양이 총 2750억 달러, 우리돈으로 약 360조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UBS 그룹의 CS 인수로 인해 대형은행에 문제가 생겼을 때 AT1 채권이 어떻게 취급 되는지에 대한 첫번째 사례가 생겼습니다.


정책자들은 은행이 망하거나 위기가 생겼을 때 세금으로 구제를 하면 납세자들의 신뢰를 잃는다고 생각했기에 AT1 채권을 발명했습니다.


AT1 채권 (Coco라고도 불림)은 평소에는 채권으로 기능하나 은행이 큰 손실을 입었을 때 자본에서 상각 되거나 주식으로 전환됩니다. 이번 인수합병의 경우 UBS에서 CS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약 170억 달러치의 AT1 채권을 상각해버린 것 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정치적 계산도 개입했었겠죠.


기존 주주들은 지난 종가 $8.33 기준에서 25% 가량을 건졌지만, 안전한 은행의 채권인줄 알고 AT1 채권을 샀던 채권 투자자들은 전액 손실을 입었습니다.


AT1 채권이 주식보다 재산권에 대한 우선권이 더 낮은것으로 확인이 된 것이죠.


그렇다면 360조원짜리 AT1 채권시장에서는 어떤일이 벌어졌을까요?


기존에 AT1 채권을 사려고 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채권을 살 요인이 없어지고,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은 팔아야 할 이유가 새로 생겼겠죠.


그래서 유럽과 아시아 은행들의 AT1 채권 가격이 많게는 10% 가량 폭락했습니다.


지금 도이치방크 (Deutsche Bank AG)의 AT1 채권은 발행가 대비 79% 수준에 거래되고 있고, 아시아 은행들의 AT1 채권 또한 10% 가량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Credit Suisse 펀드 매니저들은 2021년 마케팅 보고서에서 "평균적인 유럽 은행이 계약 트리거를 건드리려면 (AT1 채권의 가치를 잃는 시점) 자본의 거의 3분의 2를 잃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이것은 비교적 낮은 확률의 시나리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