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버스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할까
좋은 저녁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Web3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단어인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어웨어는 Web3이건 Web 3.0으로 부르던 진화하는 인터넷에 대해 계속해서 다룰 예정입니다.
'Disney Eliminates Its Metaverse Division as Part of Company’s Layoffs Plan'
디즈니가 메타버스 부문을 없애면서 해당 부문의 직원들을 정리해고 했다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기사입니다.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월트 디즈니는 향후 두 달 동안 회사 전체에서 약 7,000명의 인력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범위한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메타버스 전략을 개발하던 소규모 부서인 차세대 스토리텔링 및 소비자 경험 부문을 없앴습니다.
디즈니의 소비자 제품 담당 임원인 Mike White가 이끌었던 이 부문은 디즈니의 방대한 지적 재산 라이브러리를 새로운 기술 형식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임무를 맡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약 50명의 팀원 모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무언가 데자뷰 같은 느낌이 드신다면, 맞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몇달전 메타버스 조직을 해체하고 해당 부문의 직원들을 전원 해고했으니까요.
2021년 10월 메타버스 광풍의 정점에서 (페이스북은 사명을 Meta Platforms로 변경하기까지 했죠) 모든 큰 조직에는 CMO (Chief Metaverse Officer; 최고 메타버스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할 정도로 광풍을 끌었던 메타버스라는 단어, 어떻게 2년도 안되는 기간만에 이렇게 헌신짝 취급을 받게 되었을까요?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메타버스 광풍 자체가 사용자 경험에 중점을 두지 않고 NFT를 위시한 디지털 자산가치 상승에 근거했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라 부르는 공간 중 그나마 퀄리티가 높은 The Sandbox에 대해 한번 살펴보죠. The Sandbox (이하 "샌드박스")는 마인크래프트를 똑닮은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카피게임이라 봐도 무방하죠.
그런데 샌드박스와 디센트라랜드 (또 다른 메타버스 부동산 서비스) 여기에 '코인'을 엮었습니다.
샌드박스에서 가상의 땅이나 건물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바로 SAND라는 코인이죠. 한 때 시가총액이 70억 달러 (약 9조 1000억원)에 달했던 SAND는 이후 90% 폭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는 'Metaverse'가 아니라 'Meh-taverse' (Meh = 별로) 아니냐는 기사까지 써내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광풍, 애초부터 코인 광풍에 올라탄 신기루가 아니었을까요?
이렇게 메타버스를 외면하는 분위기는 심지어 사명을 Meta로 바꾼 Meta Platforms (Meta)에서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
메타는 사명을 변경한 후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메타의 대표 앱인 Horizon Worlds는 사명 변경 후 첫 1년 동안 사용자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호라이즌 월드 및 기타 가상 현실 앱에 액세스하는 데 사용되는 퀘스트 2 가상 현실 헤드셋의 판매량도 최근 분기에 감소했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메타버스가 AI 이후에도 회사의 장기적인 초점임을 시사합니다. 그는 지난달 "우리의 로드맵을 이끄는 두 가지 주요 기술 물결은 오늘날의 AI와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통화에서 'AI'는 28번 언급되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7번 언급되었습니다. 메타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IT 업계에서 가장 대두가 되고 있는 단어는 메타버스, Web3가 아닌, 실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 AI입니다.
심지어 저커버그가 언급하고 있는 AI는 요즈음 핫한 '생성형 AI'도 아닙니다. 2023년을 '최적화의 해'로 부르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AI를 통해 고객들에게 최적의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얘기였지요.
메타버스에서 가장 큰 이득을 얻은 사람들을 꼽으라면, 분명히 새로운 공간 개념을 창출해내 가상 부동산을 분양한 회사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의 인센티브는 자사가 발행하는 코인의 값어치가 오르는데에 있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서 우리 삶에 실제로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가치투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것입니다. 지금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가치가 없으면 해당 자산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0에 수렴하게 되어있습니다.
만일 샌드박스가 우리에게 실제로 유용한 기능이나 콘텐츠를 제공하는날이 온다면, SAND는 다시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과연 그들이 부르는 조잡한 환경의 메타버스를 정말로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