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디즈니 요즘 왜 저래?", 디즈니도 기업입니다

SUNGWOO BAE
PRO

2023-04-22 · 9 MIN READ

정치적 올바름에 휩싸인 디즈니, 이제 자체관할 구역에 대한 권한도 잃기 직전인데...

디즈니월드의 권한을 두고 디즈니와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플로리다 주의회는 디즈니의 자체관할 구역인 "Reedy Creek"에 대해 지방 정부에 준하는 디즈니월드의 권한을 철폐하고자 하는 중이고, 디즈니는 이에 대해 정치적 보복이라며 대응하는 상황입니다.


Demonstrators gather on the steps of the Florida Historic Capitol Museum in front of the State Capitol in Tallahassee on March 7, NBC News


사건의 발단은 Parental Rights in Education(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권리)법입니다.

해당 법안은 유치원부터 초등 3학년까지 교실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토론 혹은 교육을 하지 못하게하는 법안이기에 "Don't Say Gay"(게이라고 말하지 말라)법 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 대해 미국의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이 거센 비판을 하는 와중에도 디즈니는 대응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무관심에 직원들의 비판이 일자 디즈니는 플로리다에 대해 정치 후원금을 중지하겠다는 모습을 보였고, 플로리다 주지사와 갈등을 빚게 된 것입니다.


현재 플로리다 주의회는 DeSantis에게 해당 지구의 감독위원회를 구성할 권한을 부여했으나, 디즈니는 새 위원회가 구성되기 직전 기존의 위원회로부터 디즈니의 허가 없이 디즈니의 캐릭터 및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끔 하는 협정을 맺으며 DeSantis 주지사의 허를 찔렀고,

주지사는 앞으로 디즈니의 개발을 방해하고 호텔, 세금과 같은 항목들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대응, 디즈니 월드 인근에 교도소나 다른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것 또한 검토 중이라고 발언하기까지 했습니다.


디즈니 자사 리포트에 따른 항목 별 매출 비중, Seeking Alpha


IP제국이라고 불리는 디즈니와 OTT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의 존재는 우리로 하여금 디즈니는 온라인 매출이 대부분 아니냐고 생각이 들게 할 수 있지만, 

전세계 수많은 디즈니 테마파크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인 디즈니 월드는 한국 에버랜드의 1,000배 크기인 101,171,411㎡입니다. 그만큼 디즈니의 호텔 사업과 테마파크의 매출은 디즈니에게 있어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현재 디즈니가 온라인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해도 디즈니와 플로리다 주지사의 갈등은 충분히 디즈니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디즈니는 왜 이러한 방향성을 추구하는가?


발단 이전에, Don't Say Gay 법안에 대한 디즈니의 침묵에 비판이 일어난 것은 디즈니의 행보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는 2010년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진취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지지해 온 기업인데, "그동안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해온 기업이면서 왜 이번엔 조용히 하고 있냐"는 것입니다.


디즈니의 이러한 성 평등 지향은 과도하다며 논란을 빚고 있기도 합니다.

디즈니는 5월 개봉 예정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역으로 흑인 여성인 Halle Bailey를 캐스팅했는데,

이후 원작과 다르다는 비판 속에 Bailey는 자신의 SNS에 비판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디즈니는 플로리다의 주지사와 척을 지고 원작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 속에서도 왜 이렇게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일까요?




수익성이 그 원인이라는 해석입니다.

2005년부터 2020년, 그리고 현재 디즈니의 CEO로 재직 중인 Bob Iger, 2020년 2월 27일부터 2022년 11월 21일까지 CEO로 재직했던 Bob Chapek (본명 Robert Chapek) 둘 모두 디즈니의 수익성에 대해 진심인 모습입니다.

Chapek은 테마파크의 놀이기구 예약 유료화, 입장료 및 기념품 가격 인상, 스칼렛 요한슨과는 출연료 문제로 소송을 겪기까지 하며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고, 수많은 인수합병으로 디즈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Iger 또한 2022년 재취임 이후 디즈니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 수 증가보다 수익성을 추구하겠다 언급했습니다.


먼저,

콘텐츠를 찍어내는 기업 입장에서의 다양성 추구는 각기 다른 색깔의 개성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집니다.

디즈니는 그간 마블, 20세기 폭스, 픽사 등을 인수해오며 다양한 캐릭터(=매출 증가)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지금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라는 뜻 입니다.

2022년 3월 28일 디즈니 내부 회의 영상에서 디즈니의 Karey Burke는 "앞으로 제작할 작품의 주인공 절반 이상은 성적, 인종적 소수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만들겠다"라는 발언을 했었고, 여기서 우리는 디즈니가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기도 합니다.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픽사의 버즈 라이트이어, 그리고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는 완전히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똑같이 흑인 인어공주도 원작의 인어공주와는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의 이 '다른 개성'은, 다른 캐릭터라고 접근해본다면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디즈니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회사의 방침에 따라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냈습니다. 단지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 속의 구성만 비슷할 뿐입니다.


다음으로,

특정 인종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에 대해 분노한 사람은 해당 캐릭터에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그 캐릭터를 만든 주체에 대해 표출합니다.

디즈니라는 기업에게 그 손가락이 향한다는 뜻입니다.

상대적인 소수는 디즈니 외부 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존재하고, 내외부에 상관없이 터져 나오는 불만은 보이콧이나 파업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Chapek이 정치 문제에 개입 않겠다 선언했음에도 Don't Say Gay에 대해 반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할 것은 디즈니가 대응한 시점은 내부적인 비판이 시작된 순간입니다. 리스크가 없었다면 분명 반응하지 않고 넘어갔을 것입니다.


"디즈니 왜 저래?"라고 말하기에는 자본주의의 힘은 너무나 강합니다.


최근 수년 간 과한 PC라고 지적되기도 하는 디즈니의 행보는, 결국 리스크를 피하려고 노력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는 수익 추구적인 행동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디즈니가 이러한 "정치적 올바름" 이슈에 휩싸일 때가 바로 디즈니의 주가가 내 마음에 드는지 확인해볼 때가 아닐까요?


Reedy Creek 철폐 법안은 2022년 4월 주 의회에서 통과, 6월 1일 법안이 발효되면 기존 디즈니가 가지고 있던 권한은 플로리다 주의회로 귀속됩니다.